미모 학벌 가짜학위로 권력-돈 유혹

  • 입력 2007년 9월 22일 23시 51분


코멘트



■ 그녀들이 남긴 것

스캔들은 사회와 함께 진화한다. 이데올로기 투쟁의 희생양이었던 김수임, 죽임을 당함으로써 군사정권의 부도덕과 야만성을 폭로한 정인숙, 기업 및 금융의 논리와 군사정권의 취약한 정당성을 한눈에 알아버린 장영자,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던 군수와 로비 분야에 혜성처럼 등장한 린다 김, 학벌 앞에 작아지는 문화 예술계를 농락한 신정아 씨 등도 모두 시대적 소산이다.

‘그녀의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좌익 인텔리겐치아와 미군정의 실세’ ‘권력의 가면 아래 숨어버린 정인숙의 남자들’ ‘큰손에 놀아난 금융인과 기업인’ ‘사랑 앞에 무너졌던 국방장관’ ‘예술을 사랑한 정통 관료’.

‘미국’과 ‘영어’도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권력 코드’다. 김수임과 린다 김, 신정아 씨는 능통한 영어, 재미교포, ‘예일대 박사’가 무기였다. 영어와 아무런 관련 없이 살다 간 정인숙 씨마저 그랬다. ‘대구 S여고 시절 인숙(仁淑) 양의 학교 성적은 중 이하. 그러나 영어 실력만은 대단해 이때부터 이미 외국 손님이 오면 안내역을 맡곤 했다.’(‘선데이서울’ 1970년 3월 29일자)

스캔들은 남북 분단과 독재권력, 산업화 시대, 문화예술 권력의 급부상 등 한국 사회 변동의 변곡점을 상징하는 동시에 압축 성장시대를 숨 막히게 살아 온 우리의 위선이자 그림자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