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는 논문 주제발표 과정 없어

  • 입력 2007년 9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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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와 주간지에 밝힌 신씨 해명

미국으로 도피한 지 두 달 만에 귀국한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 씨는 16일 귀국하기 전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 근처에서 박종록 변호사를 만나 그동안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도쿄에서 인천 공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자신에게 밝힌 신 씨의 해명을 전했다.

신 씨는 또 이에 앞서 시사주간지 ‘시사IN’과 인터뷰를 하고 박 변호사에게 밝힌 것과 똑같은 주장을 했다.

그러나 신 씨의 인터뷰를 전해 들은 관련자들은 “신 씨가 끝까지 거짓말을 한다”고 일축했다.

특히 동국대 오모 교수는 “신 씨 임용 직전인 2005년 8월 말 유석천 당시 기획처장이 나를 불러 ‘신 씨를 미술학과 교수로 받으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며 “받을 수 없다고 하자 ‘신 씨가 교수로 오게 되면 학교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고 밝혔다.

▽진짜 예일대 박사다?=신 씨는 박 변호사에게 “학교 다닐 형편이 아니고 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트레이시를 고용해 논문 작성, 제출, 통과를 맡겼다. 논문이 표절이었다면 당시 디펜스(교수들 앞에서 논문 주제를 발표한 뒤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문제 제기가 됐을 것”이라며 “논문을 한국의 지인들에게 70∼80부 돌렸는데 표절했다면 돌렸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예일대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은 서울대 미술사학과 장진성 교수는 “예일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논문 디펜스 과정이 없어 보통 논문 맨 앞장에 들어가는 심사교수 사인이 없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심사교수 사인이 들어간 신 씨의 논문을 받아 보는 순간 가짜 예일대 논문이라는 걸 판단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업 후원은 노력의 대가?=신 씨는 성곡미술관에서 근무하면서 대기업과 국책은행 등에서 많은 후원을 받은 것에 대해 박 변호사에게 “내가 얼마나 노력해서 기업체 펀딩을 받았는데…만약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힘을 썼다면 (기업들이) 겨우 그 정도 지원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 씨는 ‘뉴욕의 다국적 디자이너들’전 때 한 기업의 후원을 받았으나 이후 이 기업에서 협찬을 받은 적이 없다. 이후에는 오히려 D건설 등 대기업과 금융권에서 집중적인 후원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11차례나 후원을 받았다.

미술계에서는 “큐레이터가 ‘관리’를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든든한 실력자의 ‘배경’ 없이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누드 사진은 합성?=박 변호사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신 씨가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은 바로 누드 사진이다”고 말했다.

신 씨는 박 변호사에게 “정말 누드 사진을 찍은 적이 맹세코 없다. 합성이다”며 “누군지 짐작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미국 교도소에 있다”고 전했다.

신 씨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는 “사진작가 황규태 씨가 합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술계 사람들은 이 사진에 대해 “배경이 황 씨 집이다. 누드사진이 황 씨 스타일”이라며 “황 씨가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1998년 신 씨가 큐레이터로 일하던 금호미술관에서 황 씨가 개인전을 하면서 신 씨를 알게 된 뒤 가까운 사이였고 (신 씨가) 성곡미술관에서 일할 때도 많이 도와줬다”고 전했다.

▽신용불량자라는 사실 몰랐다?=신 씨는 “법원의 연락을 받고 뒤늦게 알았다. 내가 난리를 쳐 가족이 대신 회생 신청을 했다. 억울하게 신용불량자가 돼 법원이 받아들인 것 같다”고 박 변호사에게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라며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최소 2번’은 반드시 법원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동국대가 학위 서류 분실했다?=신 씨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학위 성적증명서 사본을 모두 동국대 인사과 임모 계장에게 냈는데 학교 측이 이를 분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수 임용 뒤 인사과에서 성적증명서 원본과 학위증 원본을 달라고 해 (예일대에서) 우편으로 서류를 받자마자 우표가 붙어 있는 그대로 가져다 줬다”며 당시 상황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임 계장은 “신 씨가 학사 석사 졸업증명서 사본을 낸 것은 맞지만 성적증명서와 박사 학위증을 내지 않아 계속 서류 보완을 요청했다”며 “서류를 받으면 무조건 한군데 모아놓기 때문에 분실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대 미술관장 자리 제의?=신 씨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또 “서울대 정운찬 전 총장에게서 서울대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관장과 교수 겸임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성곡미술관을 갑자기 그만둘 수 없고 학교에 들어가는 게 절실하지 않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전 총장은 “상식적으로 30대 초반에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 (관장) 오퍼를 했겠느냐”며 “당시 미술관장을 뽑으려고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고, 20여 명을 만났는데 그중 한 명이 신 씨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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