卞씨뿐일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신정아 리스트’

  • 입력 2007년 9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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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 숙소서 바라본 변 씨 숙소신정아 씨가 미국으로 도피하기 직전까지 살았던 오피스텔인 서울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에서 바라본 종로구 수송동 ‘서머셋 팰리스 서울 레지던스’.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묵었던 서머셋 팰리스 서울 레지던스에서 10여 분만 걸으면 경희궁의 아침에 갈 수 있다. 이훈구 기자
신 씨 숙소서 바라본 변 씨 숙소
신정아 씨가 미국으로 도피하기 직전까지 살았던 오피스텔인 서울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에서 바라본 종로구 수송동 ‘서머셋 팰리스 서울 레지던스’.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묵었던 서머셋 팰리스 서울 레지던스에서 10여 분만 걸으면 경희궁의 아침에 갈 수 있다. 이훈구 기자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 등에게 보낸 e메일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변 전 실장이 신 씨에게 보낸 e메일은 아직까지 연서(戀書)에 불과하지만 신 씨가 변 전 실장을 포함해 ‘제3의 인물들’에게 보낸 e메일은 연애편지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신 씨의 e메일이 공개될 경우 당초 교수 임용 의혹 차원에 불과하던 사건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며 “이른바 ‘신정아 리스트’가 드러날 경우 그 파급력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 주변에선 “신정아 리스트의 전모가 드러날 때까지 ‘잠 못 이루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실제 신 씨 e메일 계정의 ‘보낸 편지함’이 대부분 복구될 경우 평소 ‘마당발’로 알려진 신 씨가 로비한 정·관계, 재계, 문화예술계 등 각 분야 실력자들의 이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이들 고위급 인사에게 보낸 e메일에는 각종 청탁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씨의 경우 학력 위조 의혹에도 불구하고 동국대 교수로 채용됐으며 광주 비엔날레의 예술 총감독으로 선임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아 ‘후견인’이 다수 존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 씨가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 등에게 보낸 e메일은 대검찰청 디지털 분석센터에서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e메일 중 변 전 실장이 신 씨에게 보낸 100∼200통의 내용을 분석하고 있으며 신 씨가 변 실장에게 보낸 200∼300통의 e메일 내용은 삭제돼 복구 작업을 거쳐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가까운 사람들과 자주 e메일을 주고받은 신 씨는 도피 직전 상당수의 e메일을 삭제했다.

검찰 관계자도 “신정아가 완전히 없애려고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삭제된 지 3개월이 안 된 e메일의 복구는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신 씨가 도피 중에도 변 전 실장을 포함한 국내 지인들과 e메일을 통해 자신의 구원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신 씨가 지인들과 사이가 크게 나빠지지 않았을 경우 최근까지도 e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신정아 리스트와 관련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국대의 한 관계자는 “업무상 신 씨와 ‘접촉’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데 신 씨의 e메일 리스트에 오를 경우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부정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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