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위조? 프로야구선 ‘고졸이 성공 지름길’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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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 파문 이후 유명 인사들의 거짓 학력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학력에 민감했다는 씁쓸한 방증인 셈이다.

하지만 억대 수입에 팬들의 인기도 얻을 수 있는 ‘프로야구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는 대부분 자신이 ‘고졸’이기를 바란다. 본인이 진학을 원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가는 것을 성공적인 야구 인생의 첫발로 여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장충고 전진호는 우승 세리머니용으로 속옷에 ‘가자 2차 지명’까지 써놓고 프로팀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결국 대학에 가야 했다.

프로 야구단이 고졸 선수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1991∼1995년 1차 지명은 하나같이 대졸 선수였지만 올해 1차 지명 선수는 7명 모두 고졸이다. 1992년 신인왕 염종석(롯데)에게는 늘 ‘고졸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지만 이제는 대졸 선수 중 거물 신인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프로화한 야구가 아마추어 무대에서 검증된 스타를 뽑는 방식에서 벗어나 잠재력 있는 신인을 발굴해 프로 무대에 적응시키는 훈련 시스템을 갖춰 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2008시즌 2차 신인 드래프트가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취업’을 원하는 선수는 고졸 예정자 545명, 대졸 예정자 246명, 실업(상무·경찰) 2명에 해외 진출 후 복귀 선수인 안병학까지 794명에 이른다. 1차 지명과 달리 지역 연고와 상관없이 선발할 수 있어 전력 보강을 노리는 구단들의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오승환(삼성) 류현진(한화)의 경우처럼 2차 지명에서 뽑힌 선수 중에 ‘보물’이 많았다. 8개 구단별로 9명까지 뽑을 수 있지만 5∼6명 선발한다고 할 때 합격 통보를 받는 선수는 5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여 취업률로 따지면 10%도 안 된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는 715명이 참가해 59명이 선택 받았는데 그중 대졸 선수는 13명이다. 4년 더 야구를 한 선수들이 이번에는 얼마나 취업할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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