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불침번’ 해군초계기 P-3C 동승기

  • 입력 2007년 8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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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동해 초계비행에 나선 P-3C 해군초계기가 독도 주변 바다 위를 날고 있다. 초계기의 유리창 너머로 독도의 동도와 서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 제공 해군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동해 초계비행에 나선 P-3C 해군초계기가 독도 주변 바다 위를 날고 있다. 초계기의 유리창 너머로 독도의 동도와 서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 제공 해군
“소형 어선의 식별을 요청합니다.”

14일 오전 9시 10분경 동해 울릉도 남쪽 바다 약 150m 상공.

동해 초계비행을 하고 있던 해군 6전단 소속 ‘P-3C’ 해군초계기의 정조종사인 이동윤(39·해사 45기) 소령은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무전을 받았다.

50∼100t 규모의 소형 어선 20여 척이 무리지어 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총비행시간 4500시간인 ‘베테랑 조종사’ 이 소령은 초계기를 해수면에 바짝 갖다 댔다. 기체가 바다 속으로 빨려들 듯 아찔했다.

“식별 요청한 배는 중국 어선! 조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중.”

이 소령은 “2004년부터 북한이 원산 앞바다 약 80km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조업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바람에 중국 어선이 동해에까지 수시로 출몰하고 있다”며 “한반도 수역을 지나는 배는 언제나 우리의 눈을 거쳐 간다”고 말했다.

광복 62돌을 맞아 기자는 영공과 영해를 아우르며 국가의 최전선을 지키는 P-3C기를 타고 ‘일본해’ 표기 문제로 시름에 잠긴 동해를 둘러봤다.

출발 3시간 전부터 나와 기체 상태를 점검하던 10명의 승무원은 비행 예정 시간인 오전 6시가 되자 전술통제, 항법통신, 음향조작, 전자조작 등 각각의 위치로 가 앉았다.

전날 밤까지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갠 덕분에 오전 10시 반경 27km가량 떨어진 곳에서 봉긋 솟은 봉우리 2개가 보였다. 독도의 동도와 서도였다.

현장 지휘관인 윤기희 중령이 “독도는 1년 중 3분의 2 정도가 구름에 덮여 제대로 볼 수 없다”면서 “이 정도 거리에서 독도를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약 210m 높이까지 근접해 본 독도는 주름 잡힌 절벽에 파릇한 이끼를 머리에 얹고 조용히 대한민국의 여름을 지키고 있었다. 햇빛을 받아 바다 표면엔 잔잔한 은색 물결이 일었고, 물빛은 선명하게 파랬다.

불과 두 달 전 우리 측 여객선 삼봉호와 일본 순시선이 20여 m까지 근접해 충돌 직전까지 갔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날 독도 주변은 평화로웠다.

낮 12시, 6시간의 초계 임무를 마친 P-3C가 경북 포항기지 활주로에 착륙하자 비로소 승무원들의 얼굴에서 팽팽한 긴장이 사라졌다.

윤 중령은 “P-3C를 도입한 1995년 이후 12년 동안 한 번의 사고도 없이 동·서·남해를 수호해 왔다”며 “악천후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저고도, 장시간 비행을 하느라 극도의 긴장감 속에 살지만 ‘바다의 불침번’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 상공=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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