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시한 1시간 전… 애타는 가족들

  • 입력 2007년 7월 23일 2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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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갖고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아프가니스탄 무장 단체가 협상 시한으로 못박은 23일 오후 11시30분을 1시간 가량 남겨둔 이날 저녁 피랍자 가족 16명은 애타는 심정으로 '무사 귀환'만을 간절히 빌고 있다.

가족들은 전날 밤 무장단체 탈레반이 협상시한 연장을 발표하자 일단 집으로 돌아가 심신을 달랬으나 한숨 돌리기에 추가로 주어진 24시간은 너무도 촉박했다.

가족들은 이날 오후 2시경부터 다시 서울 서초구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먼 이국 땅 황량한 사막에서 감금된 채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혈육의 얼굴이 떠올라 차마 편한 잠자리를 가질 수 없었던 것.

안혜진(31·여) 씨의 어머니 양숙자(59) 씨에게 '잘 주무셨느냐'는 안부 인사는 '우문(愚問)'이었다.

양 씨는 "잠을 잘 이루기 힘들다.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애끓는 마음을 전했다.

가족들은 재단 사무실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잠시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길게 늘어선 탁자에 마주 앉아 인터넷과 TV로 납치 사태와 관련된 언론 보도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었다.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직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며 간간이 입을 떼던 가족들은 협상 시한이 목전에 닥치자 누구 하나 입을 떼지 않은 채 이따금씩 휴대전화로 시각을 확인하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에서 가족들은 두 손을 모으고 협상 타결을 기원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시시각각 증폭되는 초조와 불안을 속으로 삭였다.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피로에 지치고 정신이 극도로 예민해진 가족들은 음식조차 입에 대지 못하고 있었다. 바싹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물만 들이킬 뿐이었다.

봉사단의 활동을 기독교 선교와 연관지으려는 일부 언론보도와 더불어 네티즌과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이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하며 국민의 도움을 갈구했다.

김형석 한민족복지재단 회장은 "가족들이 언론 접촉은 물론 격려차 방문한 외부손님들을 맞는 것도 몹시 힘겨워한다"며 안타까운 모습을 전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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