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사람/장영실상 수상 허성관 대구대 교수

  • 입력 2007년 7월 20일 0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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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재해(災害)를 막는 정신! 조선시대 장영실 선생도 바로 이런 고민을 했을 것으로 봅니다.”

대구대 산학협력단 건물 앞 화단에 최근 2.5m 높이의 석상이 섰다.

장영실선생기념사업회(회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 측이 이 대학 자동차산업기계공학부 허성관(60) 교수의 올해 4월 제9회 장영실과학문화상 수상을 기념해 세운 것이다.

19일 이 석상 앞에서 만난 허 교수는 “장영실 선생이 당시 농업시대에 맞는 물시계와 측우기 등을 발명한 것은 지금의 공학도나 학자들이 시대에 맞는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로 평가 받는 장영실 선생은 노비 출신이었으나 농기구 제작 등에 뛰어난 소질을 보여 세종대왕이 1423년 직접 발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 교수 역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목장을 하고 싶어 대구농림고(현 대구자연과학고)에 입학했으나 2학년 때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장남으로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대학은 인천에 있는 인하공대(현 인하대) 기계공학과에 들어갔다. 그는 “장남으로서 대학을 마치고 빨리 취업을 해야겠다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교 2학년 때 시작한 삶의 의미를 사색해 보는 글쓰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가 틈틈이 쓴 ‘허성관 교수의 인생론’이라는 책은 대구대 교양과목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강의 중 하나인 ‘인생과 화술’의 교재. 허 교수가 직접 강의하는 이 과목에는 학기마다 600여 명이 수강할 정도다.

대학 졸업 후 대구에서 자동차부품공장을 설립해 경영하던 그는 동아대에서 산업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2년 대구대에 부임했다.

이때부터 그는 연구실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밤낮 연구에 몰두해 지금까지 자동차연료절약장치 등 20여 가지 특허를 취득했다.

산업안전 등 ‘안전’에 관한 저서가 30여 권에 달할 정도로 그는 안전 연구에 삶을 걸고 있다. 10년 전 대구에서 ‘안전운동연합’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안전에 대한 그의 신념은 독특하다. 산업체나 일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재해는 ‘인생 재해’ 차원에서 접근해야 새로운 기술도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는 “안전은 모든 것을 사람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좋은 제품이란 품질뿐 아니라 안전을 위한 부분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대구에 있는 ㈜두일기업 연구소 박진규 소장과 함께 장영실과학상을 받은 것은 그가 개발한 ‘굴뚝 없는 소각로’ 기술 덕분이다.

이는 쓰레기를 태우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공해 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허 교수는 “이제 환경오염과 에너지 사용 증가로 재해가 많아지는 시대”라며 “이 역시 인생재해의 한 측면이라는 시각에서 고민해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술 발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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