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장서 쇼핑하면 횡재한 느낌

  • 입력 2007년 7월 8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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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군 장흥읍 정남진 토요시장 개장 2주년을 맞은 7일 시장 내 한우 직판장은 값싸고 품질좋은 쇠고기를 사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장흥=정승호 기자
전남 장흥군 장흥읍 정남진 토요시장 개장 2주년을 맞은 7일 시장 내 한우 직판장은 값싸고 품질좋은 쇠고기를 사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장흥=정승호 기자
"어이 아짐(아주머니). 싱싱한 도라지 맛 좀 보고 가랑께."

7일 전남 장흥군 장흥읍 토요시장.

목에 '오산댁'이란 이름표를 건 김막례(70) 할머니가 다듬던 도라지를 들어보였다.

할머니는 "밭에서 직접 키운 도라지"라며 "중국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과 향이 좋다"고 자랑했다.

전남 장흥에서는 2, 7일 열리는 5일장 외에도 토요일마다 장이 선다. 토요시장 최고의 명물은 특산품을 팔러 나오는 이 고장 할머니들. '오산댁', '해남댁', '벌교댁' 같은 택호와 사는 마을, 실명을 적은 이름표가 눈길을 끈다. 자발적인 '생산자 실명제'인 셈이다.

장흥군은 토요시장을 알리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 할머니들에게 토요일 하루 교통비로 1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시골 재래시장의 성공 모델

전국의 시골시장이 영업부진으로 쇠퇴의 길을 걷지만 장흥읍 시장은 토요일만 되면 전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5일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현대인 생활 패턴에 맞춰 토요일마다 장을 열고 시골 장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풍물시장으로 꾸민 덕분이다.

장흥군과 시장 상인회는 이날 토요시장 개장 2주년을 맞아 흥겨운 한마당 잔치를 벌였다.

장흥읍 재래시장은 구한말 전남 나주시 영산포 홍어시장, 함평군 학다리 우시장과 함께 전남의 '3대 시장'으로 꼽혔다. 여수에서 장흥 수문항까지 생활필수품과 쌀을 실은 배가 오가면서 1960년대까지 공산물과 농산물 교환시장으로 번성했다.

그러나 농촌인구가 줄고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장흥 재래시장은 시골장으로 전락했고 5일장과 난전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시장 부흥을 위해 장흥군과 시장 상인들은 손을 맞잡았다.

군은 재래시장을 헐고 1만4564㎡ 부지에 윈도우 매장, 아케이드 천장, 주차장, 화장실을 갖춘 시장을 새로 지었다. 상인들은 시장을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 체험거리의 명소로 만들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시장 안에 각설이와 줄타기 등을 펼치는 상설공연장을 만들고 표고버섯, 안양감자 등 특산품을 싸게 파는 코너를 개설했다.

탐진 강변에서 줄배타기, 민물고기 잡기 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광주 등 인근 대도시 아파트에 버스를 보내 주부들이 관광을 하면서 시장에 들르게 만들었다.

시장 안에 '상인대학'도 개설했다. 중소기업청 시장지원센터에 의뢰해 전문 강사로부터 상품 진열, 고객서비스, 점포 운영에 관한 강의를 들으면서 경영 마인드를 키웠다.

유복수(55) 상인회장은 "토요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외지에서 평균 3000여 명이 찾는다"며 "전국 시장 상인들과 공무원의 견학이 줄을 잇고 유명 여행사 관광 상품이 될 정도로 성공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값싸고 품질 좋은 한우판매장 대박

이날 시장 내 한우고기 판매장 4곳은 쇠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장흥군은 사육 한우 두수가 3만4000여 마리로 전남 22개 시군(총 35만여 마리) 중 가장 많다. 이런 점에 착안해 군은 한우를 저렴하게 파는 직판장을 4곳을 시장에 개설했다.

이 곳에서 파는 쇠고기는 거세하지 않은 한우로 600g당 등심과 안심이 1만5000원, 갈비 1만3000원, 앞다리 1만1000원, 양지·사태 1만 원이다.

시중에서 팔리는 한우 쇠고기 가격의 20~30% 수준인 저렴한 가격 때문에 토요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600¤700㎏짜리 한우가 10¤13마리가 팔린다.

박형준(45·경남 거제시 신현읍) 씨는 "계모임 친구들과 함께 왔는데 횡재한 느낌"이라며 "시장에서 구입한 고기를 근처 식당에 가져가 쇠고기, 키조개, 표고버섯 등 일명 '장흥삼합'으로 구워먹는 맛도 일품"이라고 말했다.

조재환(50) 장흥군 마케팅과장은 "특산품 중 최고 품질의 것만 판매하면서 다른 재래시장과 차별화를 이룬 것이 성공 요인"이라며 "앞으로 온라인쇼핑몰과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고객을 찾아가는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흥=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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