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오세훈 “한강 미관 위해 재건축 아파트 엄격 규제”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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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은 “다른 국제도시에 비해 서울의 경쟁력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커뮤니케이션”이라며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글로벌존’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다른 국제도시에 비해 서울의 경쟁력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커뮤니케이션”이라며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글로벌존’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서울시
“21세기 대한민국이 서울을 중심으로 먹고살 수 있도록 서울을 확 바꿔 놓겠다는 생각이 없었으면 시장 출마는 아예 안 했을 겁니다. 1년이 지나 밑으로부터 아이디어가 나와서 전파되고 조직문화로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감이 붙고 있습니다.”

오세훈(46) 서울시장이 본보와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용산민족공원을 둘러싼 중앙정부와의 담판, 은평뉴타운 분양가 논란 등 취임 첫해 ‘신고식’으로 꼽힐 만한 사건이 적지 않았지만 오 시장은 가시화된 한두 건의 사안보다 10년 후쯤 평가가 가능할 일들에 자신의 시정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 “9급에서 5급 되는 기간 10년 줄였다”

오 시장은 지난 1년간 가장 의미 있었던 작업으로 조직개편을 꼽았다.

“9급에서 5급 진급까지 25년 걸리던 것을 15년까지 단축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했고 제 임기 4년 안에 ‘상당한 숫자’로 이 결과가 가시화될 겁니다. 공무원들이 일을 찾아서 하고, 자신의 일을 명품으로 만드는 자세가 ‘유전자’가 되도록 하고, 뛰어난 사람은 패스트 트랙을 탈 수 있도록 길을 보여 주겠다는 겁니다. ‘3% 퇴출’은 고육책이었습니다. 벌을 주는 방법으로는 스스로 북받쳐 일하게 할 수 없죠.”

그는 내년 1월 정기인사에서 시 조직 전반에 대한 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 생각입니다. 얼마를 줄인다, 구조조정을 한다는 걸 못 박지는 않겠지만 조직 재배치 측면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새로 생긴 ‘디자인서울총괄본부’에는 70명을 배치했는데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현대 행정이 이런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서울을 찾는 관광객 수를 2010년까지 1200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세계 대도시 중 서울은 주택 교통 음식 등 200여 개 항목에서 생활비 지수가 2위인 ‘비싼 도시’다. 숙박비를 낮출 수 있도록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책을 취하고 있지만 오 시장은 그런 조치보다는 ‘서울의 매력’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제가 생각하는 문화는 한마디로 ‘세일즈하기 위한 문화’입니다. 서울만이 가질 수 있고 서울을 찾는 사람들이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매력을 장기적으로 건설해 나가겠다는 겁니다. 그 핵심에 ‘한강 르네상스’, ‘열린 남산 프로젝트’ ‘도심 부활 프로젝트’ 등이 종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2010년에는 한강변, 청계천변, 남산, 명동, 인사동, 관철동, 시청 앞 등이 하드웨어 측면에서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겁니다.”

○ “한강변 재건축아파트 가이드라인 따라 강력 규제”

그는 서울을 수변(水邊)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프로젝트인 ‘한강 르네상스’를 위해 앞으로 한강변에 재건축될 아파트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한강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한강이었습니다. ‘한강 르네상스’의 시점(視點)은 배에 탄 사람이 한강에서 강변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재건축된 잠실의 고층 아파트들이 강변에 늘어선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무너집니다. 전임 시장 때 허가를 받아 지어지는 아파트는 어쩔 수 없지만 신규 재건축될 한강변 아파트에 대해서는 디자인 환경 에너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어느 지역에나 강력히 적용할 계획입니다. 반발이 당연히 있을 수 있겠지만 감내하고 추진할 생각입니다.”

측정 지표에 따라 서울의 경쟁력은 세계 주요 도시 중 27∼37위를 오간다. 오 시장은 이 경쟁력 수치를 10위권까지 올리겠다고 주장해 왔다. 오 시장은 도시 경쟁력의 결정적인 것은 “고품격 시민사회, 도시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세계적인 기업들이 ‘중동에 진출했다’고 하려면 두바이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건 두바이가 가진 매력 때문입니다. 그런 것처럼 도쿄나 상하이가 아닌 서울에 사는 것이 다른 도시들이 줄 수 없는 품격을 줄 수 있어야 선택될 수 있어요.”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시적인 사업효과를 확인하기까지의 시간도 길다.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 시장으로서는 성과를 보여 주기에 적절치 않은 주제를 잡은 것이 아닐까.

“평가에는 포커스그룹 평가와 여론조사 평가가 있는데, 여론조사 평가는 부가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평가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국민 평가는 보통 눈앞에 보이는 성과로 이뤄지니까요. 전문가 집단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는 펼쳐 놓은 사업들을 4년 만에 끝내기는 어렵다고 했고, 재선 도전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큰 그림에 비해 구체적인 성과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위축되지 않았다.

“다음, 제 다음 대 시장에서 제가 한 일들의 성과가 보일 수도 있겠죠. 저는 10년 혹은 20년 뒤쯤 ‘오세훈 시장이 우리가 먹고살거리를 만들어 놓고 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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