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경제교육 이렇게]<上>김현영 교사의 전통놀이 수업

  • 입력 2007년 6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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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따먹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제공 김현영 교사
‘땅따먹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제공 김현영 교사
《청소년 경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일선 학교의 경제 교육은 단순한 설명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한YWCA는 2005년부터 창의적인 경제 교육 방법을 개발하는 교사들을 지원하는 ‘석세스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다. 창의적인 경제생활 교육 사례를 공모해 프로젝트비를 지원하고 시상하는 프로그램이다.

석세스 프로그램 수상작 가운데 교사들이 현장 교육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유익한 사례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애니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 켈러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봤다. 그가 없었다면 장애를 딛고 사랑을 실천한 헬렌 켈러라는 위대한 사회복지 사업가는 없었을 것이다.

YWCA 문복희 실행위원은 “교사는 학생의 숨겨진 잠재력을 꽃피우는 사람”이라며 “경제 교육 방법이 중요한 것은 잠든 학생의 잠재력을 깨우는 것이 교사의 몫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석세스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을 맡은 천규승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학교 경제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참여형 수업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참여형 수업은 진도가 늦어지기 때문에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수상작 중 하나인 김현영(55) 광주동신중학교 교사의 수업은 학생들의 참여를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통놀이 속에 경제 원리가

김 교사는 지난해 동신중 1학년 9개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땅따먹기’와 ‘윷놀이’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놀이를 이용해 경제 원리를 가르쳤다.

땅따먹기는 가위바위보를 해 이긴 사람이 자신의 말을 튕겨 세 번 만에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 땅을 모두 차지하는 놀이.

김 교사는 “이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제한된 자원에서 어떻게 하면 그것을 더 많이 획득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며 “자연스레 희소성의 법칙과 사유재산 제도, 예산 범위 내에서의 합리적인 선택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윷놀이도 그의 수업 도구다.

윷놀이에서는 ‘기회비용과 선택’ ‘집중투자와 분산투자’ ‘시장질서’ 등 많은 경제 개념을 가르칠 수 있다.

윷을 던져 나온 결과에 따라 자기편의 말을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임으로써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이해할 수 있다. 말을 따로 가게 할지, 뭉쳐서 가게 할지를 판단함으로써 ‘분산투자’와 ‘집중투자’의 장단점을 익힐 수 있다.

김 교사는 “윷놀이 등 전통놀이를 통해 경제원리를 설명해 준 결과, 학생들의 학습 이해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했다.

○참여형 수업은 신문 만들기로

참여형 수업을 위한 김 교사의 고민은 신문 만들기로 이어졌다. 그는 매일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주는 신문이 가장 효율적인 참고서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신문을 읽으면서 모르는 경제용어를 찾아 공책에 적고,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학생 스스로 내용을 찾아보게 했다.

김 교사는 “처음엔 집에서 신문을 가져오라고 해도 잘 가져오지 않아 제가 신문을 챙겨 아이들에게 나눠 줬다”며 웃었다.

하지만 신문 교육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김 교사는 “평소 신문을 잘 안 봐서 그런지 아이들이 신문을 더 재밌어 하는 것 같았다”며 “덕분에 경제 현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경제를 주제로 직접 신문을 만드는 작업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과 후 교육활동’ 시간에 학생들 스스로 편집장, 편집위원, 기자를 맡아 학급별로 신문을 하나씩 만들게 한 것이다.

김 교사는 “다들 처음에는 신문을 직접 만드는 것을 무척 부담스러워했지만 평소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토대로 기사 한 꼭지씩 열심히 정리하자고 학생들을 격려했고, 막상 신문이 나오자 모두 뿌듯해했다”고 전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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