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 20년 “마른 잎 다시 살아…오늘 한열이가 살아난다”

  • 입력 2007년 6월 8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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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10일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굴복시키고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낸 '6월 민주항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이다. 19일 동안 전국의 대학에서, 직장에서 몰려나온 대학생과 넥타이부대들은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고 거리는 뜨거운 함성으로 뒤덮였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6월 항쟁으로 봇물 터지듯 표출된 국민의 민주화 열망은 이후 한국 사회를 빠르게 민주화의 길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그 때의 민주화 열풍을 재현하는 대규모 행사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 해 6월 9일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 경영학과 학생 이한열 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8일 연세대에서 열렸고, 9~10일에도 서울시청 앞 광장 등에서 추모 및 민주화 기념행사가 이어진다. 서울대에서는 그해 1월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져 6월 항쟁의 사실상의 시발점이 됐던 당시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 씨 추모행사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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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20년 전의 함성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9일 오후 4시부터 20년 전 투쟁의 장소이자 고 이한열 씨의 영결식 때 100만 명의 군중이 운집했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이한열 열사 20주기 추모제'를 열고 그 자리에서 '민주주의 시민축제'를 이어서 진행한다.

20년 전에는 '투쟁의 함성'이었다면 지금은 '기쁨의 환호성'이 울린다. 한국 현대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대학생들은 힙합공연을 한다.

6월 항쟁 당시 이한열 씨의 장례식 때 한풀이 춤을 춰 시민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던 서울대 체육교육과 이애주 교수도 20년 만에 서울광장에서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같은날 아침 YMCA는 '20년 전 6월 우리가 하나였듯 지금도 하나가 되자'는 취지에서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 12개 도시에서 동시에 '대한민국 하나로 잇기 국민대행진'을 벌인다.

이 행사 참여를 위해 8일 현재 5000여 명이 신청했으며 행사가 끝난 뒤 12개 도시에서 시민들이 함께 하는 '민주화 축제'가 열린다.

6·10항쟁 당일인 10일에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진보연대(준)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6월 항쟁 20주년 계승 범국민 대행진'을 열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는 6·10항쟁 20주년이라는 뜻 깊은 날이기 때문에 2만~5만 명의 시민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총장도 추모 편지를

서울대에서는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대학 측이 적극적으로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서울대와 서울대 총학생회는 7일 '민주화운동 기념사업 선포식'을 열었다. 서울대는 1987년 1월 물고문으로 숨진 고 박종철 씨의 추모행사에 여념이 없다. 서울대 언어학과와 '박종철기념사업회'는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언어학과 사무실 앞 공터를 '박종철 광장'으로 조성하고 인문대 안에 '박종철 강의실' 또는 '박종철 도서관'을 마련하기로 했다.

연세대 역시 학생들뿐 아니라 총장과 대학 기관까지 이한열 씨 추모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연세대 정창영 총장은 학기를 마치며 7일 학생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 씨와 관련된 이야기를 절반 이상 썼다. 1987년 이후 그동안 학생들 차원에서 추모행사는 있었으나 총장이 나서 '이한열 추모 편지'를 보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 총장은 편지에서 "이한열 군의 희생을 안타까워했던 국민들의 마음속에 민주주의를 위한 열망은 불꽃처럼 타올랐고 마침내 우리는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면서 "이 군의 고귀한 희생은 독재의 암울한 시대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 시대로의 이행을 가능케 했던 귀한 씨앗"이라고 썼다.

정 총장은 이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20년 전 교정에서 채 다 피지 못하고 한 송이 꽃으로 쓰러져 갔던 이 군의 고귀한 뜻을 되새기는 길"이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연세대는 또 1300여 개의 수업이 개설된 사이버강의 홈페이지에 '6월의 인물'로 이 씨를 선정하고, 약력과 사진을 게재했으며 학생들은 8일 '고 이한열 열사 20주기 추모제 기획단'을 꾸려 정오부터 밤 11시경까지 추모행사를 열었다.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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