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어지러운 국토개발]인천 검단 심각한 후유증

  • 입력 2007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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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신도시 예정지인 인천 서구 마전동에서 최근 문을 닫은 한 부동산중개업소. 지난해 10월 27일 검단신도시 확정 이후 이 지역에 중개업소가 난립했지만 최근에는 영업난을 견디다 못해 폐업하는 중개업소가 늘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검단신도시 예정지인 인천 서구 마전동에서 최근 문을 닫은 한 부동산중개업소. 지난해 10월 27일 검단신도시 확정 이후 이 지역에 중개업소가 난립했지만 최근에는 영업난을 견디다 못해 폐업하는 중개업소가 늘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매월 대출이자만 80만 원 가까이 들어가는데 아파트 값은 반년 만에 6000만 원 이상 내렸습니다. 가슴 속이 시커멓게 타네요.”

3일 검단신도시 예정지인 인천 서구 마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만난 A(43·여) 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말 정부가 검단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하자 서둘러 은행에서 1억5000만 원을 빌려 마전동 34평형 아파트를 3억2000만 원에 샀다. 하지만 지금은 2억6000만 원에 매물로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마전동을 포함해 당하, 왕길, 불로, 검단동 등 검단신도시 예정지가 갑작스러운 신도시 지정에 따른 투기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해 10월 27일 검단신도시 개발계획이 공식 발표되기 나흘 전 추병직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이 수도권 신도시 추가 건설계획을 불쑥 밝히면서 며칠 만에 아파트 값이 1억 원 이상 폭등하는 등 극심한 투기열풍에 휩싸였다.

당하동 P아파트 32평형은 신도시 지정 직전 2억3000만∼2억5000만 원 선에 거래됐으나 발표 후에는 시세가 3억5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각종 규제가 쏟아진 데다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지금은 2억6000만 원 선에 매물로 나와 있다.

마전동 S부동산 대표 K 씨는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락을 되풀이하면서 요즘 피눈물을 쏟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신도시 발표 직후 아파트 값이 갑자기 치솟자 1000만∼2000만 원의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파기했던 일부 집주인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집값이 이제 신도시 지정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

부동산 거래가 거의 끊기면서 최근 마전동 주변에서는 부동산중개업소 2곳이 문을 닫았다. 직원 월급이나 임차료를 주기가 어려워지자 사장 혼자 영업하는 중개업소도 늘고 있다.

마전동 P공인 사장은 “차라리 신도시로 지정되지 않은 편이 나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검단신도시에서 나타나는 후유증은 1일 개발계획이 발표된 경기 화성시 동탄 2신도시 주변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탄 1신도시 시범단지 내 30평형대의 매도 호가(呼價)는 5억 원대로 치솟으면서 하루 사이에 5000만 원 이상 오르기도 했다.

국세청은 4일 동탄 2신도시 예정지 안의 모든 부동산 거래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 등 구체적인 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천=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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