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법정][제3강]교사의 체벌, ‘교육인가, 폭력인가?’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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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도에서는 한 중학생이 학교에서 쇠파이프로 체벌을 받았다는 민원이 제기되어 그 진위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또한 뉴질랜드에서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었다고 하여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체벌을 흔히 ‘사랑의 매’라고도 부릅니다. 그렇다면 과연 체벌은 교육적으로 불가피한 것일까요? 아니면 ‘비교육적 폭력’으로서 범죄행위에 불과한 것일까요? 이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온 주제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중학교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여 폭행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교사는 체벌이 초·중등교육법령에 의하여 허용되는 행위이므로 범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 키워드 및 배경지식

교사가 학생에게 체벌을 가하는 행위는 어쨌든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것임은 분명하므로 일단 형법 제260조 제1항의 폭행죄에 해당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법률용어로는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말합니다.

한편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떠한 행위가 일단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된다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를 법률용어로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권투선수가 경기 중에 상대방 선수를 주먹으로 때리는 행위라든지, 군인이 전투 중에 적군을 총으로 쏘는 행위는 일단 폭행죄나 살인죄에 해당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한 행위들은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허용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범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사의 체벌도 과연 권투선수나 군인의 행위처럼 정당행위에 해당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4년 6월 10일)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체벌은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정당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하였습니다. 즉 초·중등교육법령에 따르면 교사는 학교장의 위임을 받아 학생에게 체벌을 가할 수 있기는 하지만, 체벌이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이루어져야만 정당행위로서 허용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교육상 필요가 있는 경우로서 학생의 잘못된 언행을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어야 합니다. 둘째,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교정이 불가능한 경우이어야 합니다. 셋째, 그 방법과 정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만한 객관적 타당성을 갖추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학생에게 체벌의 교육적 의미를 알리지도 않은 채 교사의 감정에서 비롯된 체벌을 가하는 행위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개별적으로 훈계, 훈육의 방법으로 지도·교정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낯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데서 공개적으로 학생에게 체벌을 가하는 행위 △학생의 신체나 정신건강에 위험한 물건 또는 교사의 신체를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 중 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부위를 때리거나 학생의 성별, 연령, 개인적 사정에서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주어 방법과 정도가 지나치게 된 행위 등은 정당행위에 해당될 수 없어서 범죄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모든 체벌을 금지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체벌은 학생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체벌의 법적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령을 개정하여 체벌을 전면 금지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3] 생각 키우기

체벌이 정당행위에 해당되어 허용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정당하려면 우선 체벌은 학생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연 체벌은 교육적 효과가 있을까요? 루소가 말했던 것처럼, 체벌에 의하여 훈련받은 사람은 노예근성만을 배우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체벌은 잘못된 행동에 대한 ‘벌’이라는 점에 본질이 있습니다. 즉 체벌은 범죄에 대한 형벌과 그 본질에서는 같은 것입니다.

옛날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범죄자의 손·발·다리·귀·코 등을 자르는 절단형, 회초리나 매로 때리는 태형(笞刑), 몽둥이나 곤장 등으로 때리는 장형(杖刑) 등의 신체형이 주요한 형벌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문명국가에서는 위와 같은 신체형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신체형은 우선 인도주의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형벌의 목적이 ‘응보(應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예방 혹은 교육에 있는 것이라면, 신체형은 그 효과를 달성할 수 없는 형벌이라는 인류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형벌로서는 그 효과가 의문시되어 금지되는 신체형이 학생들에게는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체벌은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남아있는, 신체형의 잔존물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요?

임상철 인피데스법률사무소 변호사

▶easynonsul.com에 판례 원문과 관련 논술·생활법 경시대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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