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싹트는 교실]서울 월곡중학교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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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곡중은 톡톡 튀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과 ‘교장실 특별상담’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빨간 조끼 맨’으로 불리는 김은배 교장(가운데)이 학생들과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영대 기자
월곡중은 톡톡 튀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과 ‘교장실 특별상담’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빨간 조끼 맨’으로 불리는 김은배 교장(가운데)이 학생들과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영대 기자
《‘재미가 솔솔 영문법반’ ‘신문으로 세상 보니 논술이 쉽군’ ‘라라라 음악줄넘기반’ ‘거침없이 풋살반’ ‘뾰로롱 만화애니메이션반’….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월곡중학교의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의 이름은 중학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익살스럽다. 이 학교 교사들은 직접 붓을 들고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포스터를 정성껏 만들면서 학생들의 눈길을 끌 수 있도록 반 이름을 발랄하게 지었다.》

월곡중은 방과 후 학교와 학생 상담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학교 주변에 다세대주택이 많고 전교생의 10%가 점심 지원 대상자일 정도로 저소득층 학생이 많이 다닌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자녀의 공부를 돌봐주거나 자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정이 많지 않다.

이 학교의 방과 후 프로그램은 모두 13과목이다. 한 과목만 빼고 교사들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 외부 강사 의존도가 낮다. 수학 영어 과목은 심화반, 중상반, 중하반, 기초반 등 4단계로 나눠 학생의 수준에 맞춰 운영된다. 교사들은 학습 결손이 누적돼 기초가 부실한 학생들이 공부를 아예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2학년 백현진(14) 군은 “학교 선생님 강의가 학원 강의보다 훨씬 재미있고 좋다”며 “방과 후 수업을 들은 뒤 성적이 올라가 공부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양영주 교무부장은 “경력이 많고 우수한 교사가 기초반을 맡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혹시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도록 반 편성 이전에 설명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2002년부터 ‘들꽃장학회’를 만들어 제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가정 형편 때문에 고교 진학을 포기하는 제자들을 돕기 위해서다. 교사 47명 전원이 매달 1만 원씩 모은 돈으로 졸업식 때 5, 6명의 학생에게 45만 원씩 ‘조용히’ 전달하고 있다.

이 학교에는 주1회 열리는 ‘교장실 특별상담’이란 게 있다. 지난해 9월 부임한 김은배(61) 교장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10명 안팎의 학생을 만난다.

김 교장은 ‘1학기 말 성적 우수자’ ‘성북지구 육상경기 대회 입상자’ ‘3학년 부적응 학생’ ‘지각 3회 이상 학생’ 등으로 면담 대상자를 세분화해 학생들을 만난다. 전교생은 962명인데 김 교장이 만난 학생은 1500여 명이나 된다. 두 차례나 면담한 학생도 적지 않다.

1학년 이유정(13) 양은 “처음 교장실에 갈 때는 괜히 떨렸지만 교장 선생님이 학교생활에 대해 자상하게 말씀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빨간 조끼 맨’으로 불린다. 매일 오전 7시 반경 출근해 빨간 조끼를 입고 학교 곳곳을 살펴본다. 점심시간에는 한 반씩 돌아가며 배식 지도를 하고, 5교시가 끝나면 바구니와 집게를 들고 학교 청소에 나선다.

학생을 배려하는 마음은 이 학교 홈페이지의 식단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학교는 식단만 소개하는 대다수 학교와 달리 급식 내용물을 사진으로 찍어 매일 홈페이지에 올린다.

학부모 심혜주(41) 씨는 “모든 선생님이 아이들을 열성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면서 “아이들도 선생님들을 존중하고 따르기 때문에 저절로 인성교육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촬영: 박영대 기자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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