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 논술 클리닉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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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세계적인 스포츠나 문화행사 등을 통해 볼 때 우리는 ‘단일민족국가’라는 민족의식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족의식이 지나치게 팽배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글 (가), (나)에 각각 드러난 민족의 의미를 중심으로 민족의식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600자 내외로 논술해 보자.

■학생글

선예은·인천 진산중학교 1학년

남북한이 축구경기를 하면 남한을 응원하지만 북한과 일본이 축구를 하면 북한을 응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국의 낯선 도시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전혀 모르는 사람도 반갑지만 외국에 나가서까지 무례한 언행을 하는 한국인을 만나면 내가 부끄러운 것을 보면서 밑바닥에는 같은 민족 공동체라는 의식이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민족의 발전과 번영을 바라지 않는 개인은 없다. 단일민족만이 가질 수 있는 단결력과 동질성이 늘 하나로 뭉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민족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산물이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 전개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요즘 결혼하는 부부 10쌍 가운데 1쌍은 외국인 배우자를 맞고 있다고 한다. 농촌에는 외국인 며느리가 많아 시골학교 학생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엄마를 둔 아이들이란 통계도 있다. 이제 같은 핏줄, 같은 언어, 같은 문화라는 용어가 어울리지 않는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는 것이다. 지구촌 시대, 세계화 글로벌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요즘에 단일민족만 앞세운다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요, 가장 세계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이란 말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역사와 시대가 변하는 만큼 글로벌 마인드도 필요하다.

남영주·경기 시흥시 시흥중학교 3학년

민족은 공통된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핏줄을 받고, 같은 역사와 문화를 가진 공동체라고 한다. 그리고 전 세계에는 이러한 민족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중에 우리나라는 세계의 몇 안 되는 단일민족국가라 한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과 같은 세계적인 행사에서 뛰어난 민족의식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족의식이 뛰어나다는 것은 좋은 사실이다. 하지만 좋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민족의식이 크다는 말을 부정적인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민족우월주의에 빠져 다른 민족을 무조건 적으로 배척함으로써 국가의 발전을 더디게 할 뿐만 아니라 세계화 시대에서 고립될 수가 있다. 옛 조선시대부터 우리 선조는 다른 민족의 문화가 우리의 문화를 없앨 것이라는 생각이나 우리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외국의 우수한 문물을 배척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보다 발전이 늦게 시작되는 일이 벌어졌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나라만을 볼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보며, 다른 민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우리 것을 잃지 않는 슬기로운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민족의식을 가져야만 세계에서 인정받는 민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총평 - 정확한 근거제시 등 ‘논제 파악’ 자신감 표현하는 게 중요

민족의식은 우리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정신적 고리임에 틀림없다. 민족의식이 있어 어렵고 힘든 일도 하나가 되어 해결해 나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족의식을 잘못 인식하여 타민족을 배척하고 민족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된다. 이번 논제의 출제 의도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면서 과연 민족이란 무엇이고, 같은 민족이라는 민족의식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민해 보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논제는 우리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주는 민족의식의 장점을 알고, 민족의식의 본질적인 의미가 왜곡되었음을 지적하며, 그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데 핵심이 있다. 즉 민족의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오히려 민족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 더 나아가, 민족의식을 강요하다 보면 문화적 상대성을 간과하고 타민족을 배척하거나 식민지화하려는 등의 위험한 움직임으로 흐를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민족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참의미를 알고 세계 여러 민족과 함께 공존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 옳다.

이번 논제를 통해 많은 학생이 민족의식의 의미를 깊이 새기는 기회를 가진 것 같아서 뜻 깊다. 평소 가졌던 잘못된 민족의식을 반성하고, 올바른 민족의식을 형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러나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다소 작위적인 글이 많았다. 즉 확실하고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거나 이유를 설명하는 대신 자신의 생각만을 합리화하려는 글들이 보여 다소 아쉬웠다. 이는 개념 정리나 자료 수집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문제다.

논제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글을 쓸 때는 내가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더 부각하면서 문체를 간결하고 단호하게 제시한다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선예은 학생의 글은 무엇보다도 논제에의 접근이 명확하다. 잘못된 민족의식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민족의식이 고정불변할 수 없음도 잘 지적했다. 그리고 오늘날 국제 정세 및 각 민족의 현실에 맞는 민족의식의 고취를 인류 역사의 흐름이라는 측면에서 잘 서술하였다. 다시 말해 현실 감각에 맞춘 참신한 글이었다.

그러나 논자의 주장은 ‘세계화·지구촌화’라는 거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지역화’라는 측면을 간과했다. 즉 결론의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문구에서처럼 한 측면만을 강조하여 올바른 민족의식 형성에 관한 본질적인 측면을 생각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세계의 흐름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 생각하고 정작 우리 고유의 민족 정체성 문제는 생각하지 않았다. 항상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대 측 견해도 함께 생각하면서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 어떻게 해야 반론의 여지를 최대한 잠재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남영주 학생의 글은 다른 학생들의 글과 달리 잘못된 민족의식이 만들어진 이유를 우리의 오랜 전통 속에서 찾았다는 점이 돋보였다. 논자는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동안 민족적 배타의식을 보이면서 민족우월의식이 생겼으며 외래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도 소극적이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논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어 설득력을 얻는 데 무리가 없었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고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을 다룰 때는 간혹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가 조선시대까지 외세의 침입에 맞서 싸우면서 우리 민족을 지킨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민족우월의식의 만연’ 때문이라는 해석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다시 말해 일반화의 오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필 LC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 다음논제, 써서 보내요

글 (가)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무엇인지 지적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글 (나),(다)를 바탕으로 논술해 보자(600자 내외).

■제시문

그러나 난 여기서 한 가지 고백을 해야 한다. 야간 공고에 있다가(여기서는 돈 봉투와 아예 관계없이 살았다) 중학교로 옮기던 첫해, 1학년 담임을 맡아 가정 방문을 했다. 두어 집째던가. 학부모가 봉투를 재빨리 찔러 주었다.

(중략)

다음 집에 들어서자 화장실로 가서 봉투부터 꺼내 보았다. 빳빳한 지폐가 3만 원이 들어 있었다. 봉투로 받아 본 최고의 거금이었다. 현란한 술집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 뒤부터 1만 원짜리 봉투는 시시해 보였다. 하루를 돌고 보니 이곳저곳 쑤셔 넣은 봉투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게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술집에서 술을 핥으며 느끼한 기쁨을 맛보았다.

“햐, 가정 방문 재미가 이런 것이구나.”

집이 꽤 살 만하구나 싶은데 주스 한 잔으로 때우는 집에서는 은근히 기다리다가 ‘흠, 얌체 집이로군’ 하고 찍어두기도 했다.

[이상석,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

선생님은 지식과 정보의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습득하고, 그것의 의미가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해야 올바른지를 가르쳐 주시는 분이다. 선생님은 인생의 정도(正道)를 가르치시는 분으로서, 학생들이 올바른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신다. 그러면 우리가 선생님께 감사하며 존경하는 마음을 항상 잊지 않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올바른 마음가짐과 예절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선생님에 대한 올바른 마음가짐은 부모님에 대한 마음과 같아야 한다. [중 1 도덕 263∼264쪽]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손잡고 일선 학교 현장에서 ‘불법 찬조금 없애기’ 운동에 나선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5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체스카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불법 찬조금 없애기 자정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 현장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되는 불법 찬조금이 근절되기를 희망하며 해마다 노력해 왔으나 여전히 자녀를 볼모로 한 일률적 강제 모금과 불법적인 기금 조성, 촌지수수 관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매년 3월부터 불법 찬조금 신고를 접수한 결과 2005년 324건 중 288건이 3, 4월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찬조금 모금과 촌지수수가 학년 초에 집중됐다는 얘기다.

[동아일보 기사]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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