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기네스<12>최초 상수도 뚝도 정수장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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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설립된 서울 성동구 왕십리길에 위치한 뚝도 정수장의 송수실(送水室). 국내 최초의 정수장인 이곳은 1989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됐으며, 1996년부터 수도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1908년 설립된 서울 성동구 왕십리길에 위치한 뚝도 정수장의 송수실(送水室). 국내 최초의 정수장인 이곳은 1989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됐으며, 1996년부터 수도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하루에 우리는 몇 번이나 수도꼭지를 틀까? 세수 2번, 샤워 1번, 여기에 설거지하랴 손 씻으랴 이런 횟수까지 더하면 못해도 20번은 족히 넘을 것이다. 지금은 언제 틀어도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지만, 30년 전만 해도 말 안 듣는 수도꼭지 때문에 많은 이가 고생을 겪어야 했다.

서울의 상수도 역사는 100년을 바라보지만 보급률은 1976년에야 50%를 넘어섰고 수도 상태도 좋지 않았다. 수압이 낮거나 배수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찔끔거리는 수돗물과 씨름하는 게 일과였다. 우물물을 한 지게에 30원씩 파는 물장수도, 다른 집 안마당의 물동이를 노리는 물 도둑도 많았다.

국내 최초의 정수장은 1908년 서울 성동구 왕십리길에 설립된 뚝도 정수장이다. 미국인 콜브란 씨와 보스트윅 씨가 당시 대한제국 정부로부터 따낸 상수도 시설 특허권을 조선수도회사가 사들여 이 정수장을 지었다.

화강석 아치 문틀과 벽돌로 장식된 송수실 건물은 1989년 시도유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돼 1996년부터 수도박물관으로 바뀌었다.

사실 그 전에도 상수도 시설 두 곳이 있었다. 하나는 1895년 부산에 설립된 상수도 시설이고, 또 다른 하나는 1905년 덕수궁에 설치된 소규모 수도시설이다. 그러나 두 시설 모두 ‘온전치’ 못해 뚝도 정수장을 국내 최초로 본다. 부산의 시설은 위생 장치 없이 급수 역할만 했고, 덕수궁의 시설은 황실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것이었다.

뚝도 정수장은 설립 이후 서울시민의 32%인 12만50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을 공급하게 된다. 1일 총생산능력 1만2500m³로 사대문 안과 용산 지역 일대 주민이 대상이었다.

시민들은 한강과 개울물, 우물물 대신 동네 곳곳에 마련된 공동수도에서 물을 길어다 쓰게 됐다. 수돗물을 사용하면서 물을 긷는 데 드는 수고는 물론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이 많이 줄었다. 오물과 쓰레기, 개숫물로 인해 세균이 득실거리는 한강 물을 정수장이 깨끗이 위생 처리해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후 1910년 노량진, 1936년 구의 정수장이 생겼고 1960년 이후 인구 증가와 공업화로 정수장이 잇따라 신설돼 현재 서울에는 뚝도 광암 구의 영등포 암사 강북 등 6개 정수장이 있다.

현재 서울시 정수장의 1일 생산시설 규모는 540만 m³, 급수 인구는 1029만7000명으로 1908년에 비해 각각 432배와 82배 증가했다. 급수 보급률은 99.9%.

뚝도 정수장은 2003년 일부 시설을 폐쇄하고 현재 성동구 등 5개 구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또 복원된 청계천에 한강에서 퍼 올린 물을 여과해 하루 9만여 t을 흘려보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 내년 정수장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수도박물관은 확장공사 중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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