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시, 송파신도시 철회 요구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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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정부의 송파신도시 건립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시 이인근 도시계획국장은 16일 오전 KBS 제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송파신도시 건설은 취소하거나 최소한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송파신도시에 4만9000채가 공급되는데, 이를 제외하더라도 강남에서만 10만 채 이상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취소해도 물량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서울시 등 지자체 뜻에 반해서 강행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이 같은 내용을 이미 중앙정부에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송파신도시 건립 반대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취소 요구는 “강북 개발이 가시화된 이후에 주택 대량 공급이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추진하라”는 종전의 ‘건립 연기’ 주장보다는 분명 강화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용산공원 특별법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서울시 요구를 관철시킨 일이 송파신도시 건립 반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국장은 “용산공원 문제를 해결했듯이 송파신도시 문제도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90%에 불과하고 수도권 인구가 매년 늘고 있어 추가 주택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울시의 생각은 이와는 다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까지 강남과 송파 일대에 공급되는 주택 물량은 잠실주공 1∼4단지, 가락시영, 잠실시영, 거여·마천뉴타운 등 모두 10만 채에 이른다. 여기에 205만 평 규모의 송파신도시(4만9000채)마저 건립된다면 서울 강북지역에 18만 채의 뉴타운을 추진해 강남으로 쏠리던 중산층의 주택 수요를 강북으로 유도한다는 서울시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송파구 역시 송파신도시 건립에 대해 △아파트를 짓기 위한 대규모 녹지 훼손은 부당함 △주변 개발로 교통대란 우려 △경기 성남·하남시와의 행정경계 무너짐 등의 이유를 들어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어 사업추진에 난관이 예상된다.

물론 100만 평 이상의 택지개발지구는 건설교통부 장관이 직접 사업계획 승인을 내줄 수 있어 서울시가 중단시킬 법적 수단은 없다. 하지만 발목을 잡을 직간접적 방법은 충분히 있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당장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려면 서울시가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관한 시민의견을 청취하고 시의회 의견을 청취하는 일을 대행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나서 송파신도시 건립의 부당성을 강조하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 또 송파신도시 건립에 따른 광역교통대책을 수립하는 데에도 서울시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나아가 서울시는 송파신도시 건립은 건교부가 작성한 ‘광역기본계획 2020’에도 어긋나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도시 간에 서로 잇닿는 연접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발제한구역을 유지해야 한다고 전국 지자체에 시달해 놓고 정작 정부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조성일 도시계획과장은 “정부 스스로 원칙을 깨뜨리고 기존 개발제한구역을 없애면서까지 강남에 신도시를 만들면 낙후된 강북지역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건교부 장만석 신도시지원단장은 “송파신도시 건설에 차질이 생길 경우 주택시장의 불안이 우려된다”며 “원안대로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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