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소년 26%가 정신장애’ 나라 장래 어둡다

  • 입력 2007년 4월 15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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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초중고교생의 25.7%가 특정공포증, 강박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반항장애 등 각종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는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교내 집단 성폭행 등 청소년의 정신상태를 의심하게 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해 충격을 주었으나 이처럼 구체적인 수치로 정신건강의 현주소가 드러나기는 처음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고교생 10명 중 7명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할 만큼 우리 청소년의 정신건강은 이미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학업 및 청소년의 건강수준 및 보건의식 행태’에 따르면 학업문제가 청소년 스트레스의 원인 중 1위라고 한다. 치열한 학력경쟁 사회에서 성장해야 하는 청소년에게 스트레스가 없기를 바랄 순 없다. 하지만 이들의 정신건강 상태는 허용 가능한 스트레스 범주를 벗어나 건전한 가정 유지와 사회 발전에 장애가 될 만큼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우리 사회의 성과 제일주의가 문제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이를 탓하기만은 어렵다. 그보다는 인터넷 중독과 가족 구성원 간 대화 단절 등 청소년의 소통 환경과 채널의 부재(不在)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성폭행 가해자에게서 나타나는 죄의식 결여, 만연하는 집단 따돌림과 학교폭력은 인터넷과 더불어 자라 온 청소년들이 현실 세계에서 타인(他人)의 감정을 배려하는 데 얼마나 미숙한지를 보여 준다.

청소년 넷 중 하나가 정신장애를 지닌 채로는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청소년 모두가 자신의 삶에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나라의 앞날도 밝다. 학교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가정에서부터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가르쳐야 한다. 가천의과대 길병원 조인희(소아정신과) 교수의 말대로 ‘공부를 잘할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서능력’이기도 하다.

학교도 정신장애를 가진 학생을 문제아로만 취급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 및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소아청소년 정신장애 유병률 조사’는 그 첫걸음으로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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