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포항 명문고 ‘춘추전국시대’

  • 입력 2007년 4월 11일 0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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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고교 평준화가 시행되는 경북 포항지역의 해당 학교들이 ‘명문고를 향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항지역의 평준화 정책은 대구 등과는 달리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권을 대폭 확대한 것이 특징.

12월 11일 신입생 전형을 거친 뒤 학생과 학부모들은 희망하는 고교를 6개까지 선택한 뒤 추첨을 통해 배정받는다.

포항의 전체 16개 인문계 고교 중 평준화가 적용되는 12개 학교는 하나의 학군으로 편성됐다.

읍면 지역에 위치한 죽장고(북구 죽장면), 오천고(남구 오천읍), 영일고(남구 연일읍)와 교육 여건이 미흡한 세화고(북구 우현동) 등 4곳은 평준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평준화이기는 하나 학부모 등의 선택이 상당 부분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고교들은 이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중학교 졸업생 중 최상위 그룹이 입학해 그동안 ‘포항의 간판’으로 여겨 온 포항고의 경우 전통과 명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1951년 개교한 포항고는 올해 12명 등 매년 10여 명을 서울대에 진학시켜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명문고의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

이 학교 윤세룡 교장은 “선(先) 지원을 받더라도 입학생의 수준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신입생부터 수준별 수업을 강화해 이들이 졸업하는 3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992년 개교해 역사가 비교적 짧은 영신고는 대학 진학 성적은 경쟁력이 있지만 신설 학교라는 이미지가 학부모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영신고는 올해 9명을 비롯해 개교 이후 지금까지 총 80명을 서울대에 진학시켰다.

이 학교 김순찬 교장은 “평준화가 시행돼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포항고에 우수 학생이 많이 지원할 가능성이 있어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력 향상에 대한 비전을 적극 홍보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세명고 배태원 교장은 “소수의 우수 학생보다 중위권 학생들의 학력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며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보충수업의 틀을 완전히 바꿔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은 평준화제 도입으로 인해 포항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입 선발고사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평준화 대상 고교들은 내신성적(300점)과 선발고사(270점)를 거쳐 전형한다.

경북도교육청 이영우 교육국장은 “9∼10월 학부모를 대상으로 12개 평준화 고교의 교육여건과 학력 향상 방안을 소개하는 합동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 폭을 최대한 넓힌 만큼 학력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평준화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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