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모의논술 평가 결과로 본 좋은 답안과 나쁜 답안

  • 입력 2007년 4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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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통합논술 모의고사에서 자연계 1등을 차지한 대구 경신고 3학년 임동식 군은 답안에 그림이나 도표를 적절히 활용한 것을 좋은 성적의 비결로 꼽았다. 사진 제공 대구 경신고
서울대 통합논술 모의고사에서 자연계 1등을 차지한 대구 경신고 3학년 임동식 군은 답안에 그림이나 도표를 적절히 활용한 것을 좋은 성적의 비결로 꼽았다. 사진 제공 대구 경신고
《서울대는 전국 100개 고교에서 196명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한 모의 논술고사 평가 결과를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응시자들의 평균 점수는 인문계열 ‘가’형이 100점 만점에 56.88점, ‘나’형은 51.52점, 자연계열은 41.33점으로 매우 낮은 편이었다. 서울대가 논술고사를 치른 후 실시한 응시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문계열의 경우 61.4%, 자연계열의 80.5%가 어렵다고 답했다. 서울대는 정시모집 2단계에서 논술 비중이 30%나 되기 때문에 서울대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논술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서울대가 공개한 평가내용 및 기준, 좋은 답안 작성 요령, 우수 답안 총평을 정리했다.

모의논술 문제와 우수 답안은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 볼 수 있다.》

▶ 모의논술 문제 및 우수 답안

○ 제시문 이해-논리성이 관건

인문계열의 경우 전반적으로 제시문을 잘 이해하고, 반론 및 재반론 등의 논제 지시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한 답안은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반면 불분명하고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거나, 근거 제시가 빈약한 답안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문항1>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답안은 외면상 단절된 것으로 보이는 삶과 죽음이 ‘여행’이라는 공통적 속성을 갖고 있음을 파악하고 정리한 것.

서울대는 대부분의 학생이 ‘성삼문=사육신, 단종에 대한 충성심’ 등과 같은 시에 관한 외적 정보에 이끌려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 세계’라는 논제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추상적인 어휘를 남발해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거나, 견해의 나열만 있을 뿐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경우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문항2>는 논제3에서 제시문의 한계를 지적하며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창의적인 주장을 펼친 답안이 우수 답안으로 꼽혔다.

반면 정보화시대의 이상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정의 없이 제시문의 내용과 관계없는 주장을 펴거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답안은 감점을 받았다.

<문항4>는 여러 견해를 종합해 양시론적인 견해를 밝히거나, ‘전통문화의 훼손’이라는 평범한 답안을 쓰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대원군과 온건개화파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지적하면서 후쿠자와의 견해를 채용해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 답안은 좋은 점수를 받았다.

자연계열은 주어진 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충실히 제시했는지가 관건이었다. 서로 상반된 결론을 주장했지만 주장에 대한 논거가 정당하고, 논의 전개 과정이 훌륭한 두 답안이 우수 답안으로 선정됐다.

서울대는 “다수의 답안이 논리적인 설명과정 없이 단편적인 결론만 도출하거나, 수학적 표현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단편적 분석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적 추론 과정이 있어야 하고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항2>는 두 가지 가능성 중에서 어떤 것이라도 논리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갖고 추론한 답안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결론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약하면 낮은 점수를 받았다.

<문항3>은 논제에서 주어진 정보를 적절히 이용해 결론을 구하고, 추론하는 과정에 대한 논리적 전개 및 추론한 결과에 대한 논의까지 아우른 답안이 우수 답안으로 꼽혔다.

○ “사고력 넓히고 단선적 결론 피해야”

서울대는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을 아울러 좋은 답안을 작성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나 다각적인 사고력을 넓히라는 게 첫 번째 주문. 논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논리적 설명을 요구했지만 설명 없이 단선적인 결론에 도달한 답안이 많았다. 예를 들어 매운맛을 내는 부위를 알았다고 해도 한 분자 내에 그러한 부위를 많이 집어넣는다고 해서 매운맛이 강해지리라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라는 것.

설명 과정과 논리적 근거 제시도 중요하다. 논제별로 좋은 평가를 받은 답안을 비교해 보면 정해진 하나의 ‘모범답안’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서울대는 밝혔다.

전제가 잘못되었더라도 과학적 근거에 따라 논리적으로 잘 설명한 경우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높이기 위한 글쓰기 연습도 지적됐다. 특히 자연계열 일부 답안은 논제를 이해하고 있음에도 이해한 것을 글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 경우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또 연세대 모의논술에서 지적된 것처럼 자연계열 논술고사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수식, 그림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모의논술 문제 및 우수 답안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인문계열
구분평가 기준 내용
지시사항 불이행· 필기구 종류 및 색깔 위반(두 종류 이상의 필기구 사용)
· 응시자의 신원 노출
이해·분석력· 논제 및 제시문에 대한 이해·분석 능력
· 답안이 논제에 충실한 정도
· 제시문을 적절히 활용한 정도
논증력· 근거 설정 능력: 주장에 대한 적절하고 분명한 논거 제시 / 주장과 논거의 논리적 타당성 / 논제에 대한 분명한 자기 의견 표현 / 자기 의견과 제시문의 연관성
· 구성 조직 능력: 전체 논의 전개의 정합성 및 일관성 유지 / 전체 논의 전개에서의
논리적 비약 여부 /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전개
창의력· 심층적인 논의 전개: 주장이나 논거에 대해 스스로 가능한 반론 제기
· 다각적인 논의 전개: 발상이나 관점의 전환을 시도 / 가능한 대안들에 대한 고려
· 독창적인 논의 전개: 관점이나 논의 지평에 참신함
표현력· 표현의 적절성: 문장 표현의 매끄러움과 자연스러움, 적절한 비유 / 단락 구성 및 어휘의 적절성 / 맞춤법 등의 어법, 원고지 사용법 준수

◇ 자연계열
구분평가 기준 내용
지시사항 불이행 · 필기구 종류 및 색깔 위반(두 종류 이상의 필기구 사용)
· 응시자의 신원 노출
개념과 원리의이해·분석구성능력· 논제와 관련된 수리 과학적 개념과 원리에 대한 식별 및 인지 능력· 개념의 정의와 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력
· 제시문의 내용, 수식, 도표에 대한 해석 및 변환 능력
· 수리 과학적 상황에서 변인이나 대상 사이의 관계 설정 능력
통합적 추론 능력· 수리 과학적 개념과 원리의 통합력: 과학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수리적 과정의 적용 / 모형으로 현상을 설명하고 결과를 예측
· 근거 설정 및 일반화 능력: 증거와 과학적 개념에 기초한 추론 / 원인과 결과의 논리적 타당성
창의력·심층적인 논의 전개: 가설, 문제해결 과정, 탐구한 결론에 대한 비판적 평가
/ 명시적으로 주어진 조건을 뛰어넘는 새로운 결론 유추· 다각적인 논의 전개: 발상이나 관점의 전환 / 대안적 문제해결 방법에 대한 모색
· 영역 전이적인 논의 전개: 일상 속에서 개념과 원리가 적용되는 사례 발견 및 활용
의사소통 능력· 시각화: 문제해결 과정을 도표, 모형, 그림 등을 통해 표현
· 수식화: 문제해결 과정이나 결론을 수식으로 표현
· 표현의 적절성: 문장 표현의 간결성 및 맞춤법
자료: 서울대

■ 자연계논술 1등 대구 경신고 임동식 군

“신문기사 떠올리며 수식 활용”

“문제 유형이 생소해 시험을 치른 뒤 그다지 잘 보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1등이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2월 치러진 서울대 통합논술 자연계 모의고사 1등을 차지한 대구 경신고 3학년 임동식(18) 군은 논술학원 한 번 다니지 않은 ‘공교육파’.

특수목적고 18개교를 포함한 전국 100개 고교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대 통합논술 모의고사에서 자연계 학생들의 평균은 41.33점. 하지만 자연계 통합논술에 유리하다는 과학고나 자립형사립고가 아닌 일반고에 다니는 임 군은 평균의 2배에 가까운 78.38점을 얻어 눈길을 끌었다.

임 군 역시 수험장에서 모의고사 문제를 접했을 때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낯설고 어렵다고 느꼈다. 하지만 문항 수가 많아 질문이 구체적이고 교과서의 내용을 발전시킨 내용이어서 차분한 마음으로 답안을 작성했다.

임 군은 “제시문이 대부분 수학과 과학 교과서에서 나왔지만 난이도는 상당히 높았다”면서 “평소 교과서 심화문제를 완전히 이해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임 군은 본인의 고득점 비결로 수식이나 그림, 그래프 등을 적절히 활용한 것을 꼽았다. 틈틈이 읽어 온 과학 잡지나 신문 과학기사의 내용을 떠올리며 수식이나 그래프를 활용할 수 있는 문항에는 과감히 이를 넣은 것.

서울대 역시 모의논술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연계 논술은 도표, 그림 등의 의사소통 능력을 통해 수학, 과학적 지식을 논리적으로 풀어내고 설명하는 과정을 중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임 군은 학교에서 조만간 시작하는 자연계 논술 강의를 통해 입시를 준비할 계획이다.

자연계 논술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공부 방법이나 사교육 계획은 없다. 임 군은 결국 논술도 학교 공부를 통해 사고력을 확장하는 것이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통합논술을 준비하려면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신문이나 잡지 등을 통해 공부 내용과 일상생활을 연계해서 생각하는 습관도 필요하다”면서 “자연계 논술은 문항 수가 많기 때문에 실전에 임하는 마음으로 시간 배분 연습에 특히 신경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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