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마음속 쇠창살’ 詩로 열다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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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보건소 정신보건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16명의 정신분열증 환자가 펴낸 시집 ‘하늘꽃’에 실린 시와 그림 원본. 이동영 기자
경기 파주시 보건소 정신보건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16명의 정신분열증 환자가 펴낸 시집 ‘하늘꽃’에 실린 시와 그림 원본. 이동영 기자
정신분열증을 앓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시로 세상에 말을 건다.

경기 파주시 보건소 정신보건센터에 등록해 치료를 받고 있는 16명은 시집 ‘하늘꽃’을 내고 ‘정신건강의 날’인 4일 시집발표회를 연다.

이들이 시를 쓰고 책을 만들기까지는 약 4년이 걸렸다.

보건소가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진행한 주간보호 프로그램 중 주 1회 실시하는 미술치료 시간에 간단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게 시집 발간의 첫걸음이었다.

명문고에 진학했다가 극심한 입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정신분열증을 얻은 A 씨는 언제 그런 고난의 시간이 있었느냐는 듯 자신이 지은 시 속에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심장의 박동소리/참사랑의 기쁜 소리…언제나 함께 할 요동치는 소리/사랑하는 마음의 소리.”

남편의 상습폭행에 시달리다 정신분열 상태에 이른 한 여성은 아직 그 아픔이 남은 듯, 시에서 진정한 사랑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람은 왜 살까/가슴의 아픔은 왜 올까…우리들은 절망 속에 살까/아무리 생각 생각해도/무엇일까.”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지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고함을 지르거나 무기력해질 때가 많고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다가 공격적으로 변할 때도 있어 사회 적응이 어렵다. 이의 치유를 도와 사회 일원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신보건센터의 일.

파주시 정신보건센터의 경우 미술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외부 세계와 의사소통을 하게 만든 성공사례로 꼽힌다. 환자들의 미술치료를 담당한 자연미술학교 박봉택(55) 원장은 “처음에는 갑자기 괴성을 지르거나 종이를 찢는 등 엉망이었다”며 “점차 자기 생각대로 그림을 그리고 그에 맞는 글을 써나가게 돼 이를 모아 시집으로 엮게 됐다”고 말했다.

치료과정의 어려움은 환자들이 교육 시간에 쓰고 그린 글과 그림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간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온 이들은 파주여성회관에서 4일 열릴 발표회 때 자작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오랜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보건소 관계자는 “그 노력에 많은 사람이 격려와 관심을 보내준다면 오랫동안 앓아온 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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