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땐 엄마 갑자기 없어질까봐… ‘스트레스 인생’

  • 입력 2007년 3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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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맞벌이를 해 오후 늦게까지 가사도우미와 함께 지내는 A(3) 군은 엄마가 머리 스타일만 바꿔도 두려워하며 울어댔다. ‘사랑하는 대상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는 시기에 부모에게서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것이 스트레스가 돼 나타나는 현상.

‘경쟁에서 뒤처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늘어나는 시기에 접어든 A(11) 군은 또래친구에 비해 키가 작은 것에 열등감을 느껴 말수가 적어졌다.

고교에 들어간 A(16) 군은 인터넷 게임에 푹 빠져 지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려면 게임은 필수. 하지만 이를 이해 못하는 엄마 아빠와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것도 때로는 스트레스다.

법대에 진학한 A(26) 씨는 졸업을 앞두고 일반 기업에 지원해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거대 조직의 부품’이 되는 것 같아 좌절도 느꼈지만 ‘배부른 소리’ 같아 속으로만 삭였다.



3년 연애 끝에 결혼한 A(35) 씨는 ‘결혼=행복 시작’으로 여겼다. 하지만 결혼 초 2년은 신발 벗어 놓는 방향부터 입맛까지 아내와 기 싸움을 벌이느라 작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사오정(45세 정년)’을 무사히 넘긴 A(51) 씨는 올해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할 생각. 자녀나 직업을 통해 성취감을 얻어야 할 나이에 실직과 대학생인 자녀의 학비 걱정을 하면 벌써 마음이 위축된다.

A(71) 씨는 지난밤 대학 동창의 빈소에 다녀왔다. 훌쩍 자란 손자 손녀 등 인생을 돌아보면 흐뭇한 순간도 적지 않지만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는 몸에다 초조함과 공허함이 부쩍 커졌다.

이는 한 사람이 일생 동안 겪게 되는 스트레스를 대한스트레스학회가 ‘생애 주기별 스트레스’라는 주제로 25일 여는 춘계학술대회의 발표문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생애 주기에 따라 맞닥뜨리는 과제와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각각 달라지지만 스트레스는 끝이 없다.

‘아동기 스트레스와 외상’이라는 주제로 발표할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김붕년(소아정신과) 교수는 “누구나 발달과정에서 정상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며 “스트레스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심리적 외상이 될 수도 있고 성숙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스트레스학회 학술위원장인 강남대 안귀여루(심리학과) 교수는 “생애 주기별 스트레스를 알고 준비해야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 수 있으며 가족은 물론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밝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여대생도 “스트레스 풀려고 술마셔”

‘스트레스가 술을 부르고, 술이 다시 스트레스를 부른다?’ 여대생도 예외는 아니다.

동우대 양승희(간호학과) 교수는 2003년 12월 A시의 여대생 436명을 대상으로 음주 양상과 음주 뒤 반응 등에 관해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92.4%인 403명이 술을 마신다고 답해 200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한국 성인 여성의 음주율 55%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술을 마신다는 응답자의 80% 가까이는 음주 동기를 ‘편안해지기 위해’(31.9%),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26.4%), ‘좌절감이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20.9%) 등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뽑았다.

하지만 술을 마신 뒤 스트레스 지각 정도를 1∼4점 내에서 수치로 나타내게 한 결과 음주 관련 문제를 경험한 여대생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근육긴장(1.31>0.99), 우울(1.35>1.12), 불안(1.78>1.36), 월경증후군(1.43>1.20) 등 스트레스 증상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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