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수정]공교육에 희망을 걸어 볼 만한 이유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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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학원에서 아이에 대해 상담해 보면 학원 강사가 담임선생님보다 훨씬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학교 선생님들은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예요.”

6개월 전 취재차 만난 한 학부모의 말이다. 학부모들이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더 신뢰하는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교장 교사 학부모 학생이 손발을 맞추는 ‘뜨는 학교’의 학부모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유일한 자식인 딸이 올해 고교에 입학한 강모(49) 씨는 “담임선생님과 상담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마음을 놓았다”면서 “학부모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려 주는 선생님과 학교에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대구 경신고와 서울의 상계고 한영고 숭의여고 창문여고 등 이른바 ‘뜨는 학교’는 달랐다.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믿음이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었다. 교사와 학부모가 열심이니 학생들의 학구열이 다른 학교에 비해 높은 건 물론이다. 당연히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만족도도 높다.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더라도 학생들을 위해 묵묵히 제 할일을 하는 교사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발 빠르게 변화를 시도하는 학교들이 있다면 공교육에 희망을 걸어 볼 만하다. 교육을 움직이는 힘은 현장을 지키는 교육 공급자인 교사들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언젠가는 현장을 떠나는 교육 소비자이다.

사교육비를 버거워하는 학부모의 신음 소리가 높아질 때쯤이면 정부는 공교육 활성화 대책을 내놓지만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이 사교육비 감소나 공교육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의문이 든다. 정책 내용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교사의 마음을 움직이고 학부모와 학생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정부는 열심히 하는 학교에는 과감한 인센티브와 자율권을 줘야 한다. “돈 한 푼도 주지 않으면서 간섭만 해 오히려 교육에 방해가 된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교원이 많다는 사실을 정부가 알았으면 좋겠다. 학교가 행정 규제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할 때 사교육비 때문에 휜 학부모의 허리도 펴질 것이다.

신수정 교육생활부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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