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사장 납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모두 지휘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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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경기 용인시 H골프장 사장 일행 납치 사건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와 기업인수합병회사 대표가 1800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함께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인천공항경찰대는 H골프장 강모(59) 사장의 외삼촌 윤모(66) 씨와 김모(41) 변호사, S사 대표 정모(39) 씨가 강 사장 납치를 공모한 주범이라고 13일 밝혔다.

윤 씨와 김 변호사는 구속됐고 정 씨 등 2명은 지명수배됐다. 김 변호사의 지시를 받고 강 사장 일행을 납치 감금한 경호업체 직원 김모(35) 씨 등 4명도 구속됐다.

▽“김 변호사, 범행 은폐 기도”=경찰에 따르면 윤 씨와 김 변호사, 정 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강 사장 납치를 공모했다. 이들은 강 사장을 납치한 뒤 골프장 매각에 필요한 법인인감증명서 등 서류와 도장을 빼앗아 윤 씨가 골프장 운영권을 넘겨받으면 주주총회 관련 서류를 위조해 골프장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것.

경찰 조사 결과 윤 씨는 골프장 매각 대금 가운데 2000억 원을, 정 씨는 1500억 원을, 김 변호사는 300억 원을 각각 나눠 갖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와 정 씨는 나흘 뒤 경호업체에서 일하는 김모(32·수배 중) 씨에게 사례비 100억여 원을 주기로 하고 일본에서 귀국하는 강 사장 일행을 납치하도록 지시했다.

26일 범행 계획을 최종 점검한 김 변호사와 정 씨 등 6명은 승용차 2대에 나눠 타고 인천공항에 미리 도착한 뒤 이날 오후 7시 43분경 공항 여객터미널 2번 게이트 앞길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강 사장 일행을 차량에 강제로 태워 납치했다.

특히 김 변호사와 정 씨는 강 사장 일행을 납치해 강원 평창군의 한 펜션에 감금할 때까지 현장에서 직접 범행을 지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 변호사는 강 사장 일행이 28일 오후 7시경 탈출하자 이날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정 씨와 범행 가담자를 모아 놓고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났으며 경찰에 체포되면 48시간 동안 묵비권을 행사하라”며 범행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13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12일 새벽 심신이 지쳐 잠을 자고 있을 때 수사 경찰관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임의로 날조했다”며 “이번 납치사건은 골프장을 인수하려는 정 씨와 강 사장이 꾸민 일(자작극)”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 변호사, “죄짓지 말라” 어린이용 법률교재 펴내=김 변호사는 부부장검사이던 2004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법에 관해 쉽게 풀어 쓴 ‘검사님, 법이 뭐예요’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적이 있다.

이 책은 지금도 법무부가 운영 중인 인터넷 어린이 법교육 사이트에서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 책 말미에 ‘감옥에 안 가는 방법’ 3가지를 소개했다. ‘경찰에 걸리지 않는 것, 끝까지 우기는 것, 아프리카 밀림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 같은 방법보다 더 확실하게 감옥에 가지 않는 방법은 죄를 짓지 않는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김 변호사가 이번 사건을 주도했다는 경찰 수사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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