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경찰대는 H골프장 강모(59) 사장의 외삼촌 윤모(66) 씨와 김모(41) 변호사, S사 대표 정모(39) 씨가 강 사장 납치를 공모한 주범이라고 13일 밝혔다.
윤 씨와 김 변호사는 구속됐고 정 씨 등 2명은 지명수배됐다. 김 변호사의 지시를 받고 강 사장 일행을 납치 감금한 경호업체 직원 김모(35) 씨 등 4명도 구속됐다.
▽“김 변호사, 범행 은폐 기도”=경찰에 따르면 윤 씨와 김 변호사, 정 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강 사장 납치를 공모했다. 이들은 강 사장을 납치한 뒤 골프장 매각에 필요한 법인인감증명서 등 서류와 도장을 빼앗아 윤 씨가 골프장 운영권을 넘겨받으면 주주총회 관련 서류를 위조해 골프장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것.
경찰 조사 결과 윤 씨는 골프장 매각 대금 가운데 2000억 원을, 정 씨는 1500억 원을, 김 변호사는 300억 원을 각각 나눠 갖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와 정 씨는 나흘 뒤 경호업체에서 일하는 김모(32·수배 중) 씨에게 사례비 100억여 원을 주기로 하고 일본에서 귀국하는 강 사장 일행을 납치하도록 지시했다.
26일 범행 계획을 최종 점검한 김 변호사와 정 씨 등 6명은 승용차 2대에 나눠 타고 인천공항에 미리 도착한 뒤 이날 오후 7시 43분경 공항 여객터미널 2번 게이트 앞길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강 사장 일행을 차량에 강제로 태워 납치했다.
특히 김 변호사와 정 씨는 강 사장 일행을 납치해 강원 평창군의 한 펜션에 감금할 때까지 현장에서 직접 범행을 지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 변호사는 강 사장 일행이 28일 오후 7시경 탈출하자 이날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정 씨와 범행 가담자를 모아 놓고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났으며 경찰에 체포되면 48시간 동안 묵비권을 행사하라”며 범행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13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12일 새벽 심신이 지쳐 잠을 자고 있을 때 수사 경찰관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임의로 날조했다”며 “이번 납치사건은 골프장을 인수하려는 정 씨와 강 사장이 꾸민 일(자작극)”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 변호사, “죄짓지 말라” 어린이용 법률교재 펴내=김 변호사는 부부장검사이던 2004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법에 관해 쉽게 풀어 쓴 ‘검사님, 법이 뭐예요’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적이 있다.
이 책은 지금도 법무부가 운영 중인 인터넷 어린이 법교육 사이트에서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 책 말미에 ‘감옥에 안 가는 방법’ 3가지를 소개했다. ‘경찰에 걸리지 않는 것, 끝까지 우기는 것, 아프리카 밀림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 같은 방법보다 더 확실하게 감옥에 가지 않는 방법은 죄를 짓지 않는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김 변호사가 이번 사건을 주도했다는 경찰 수사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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