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나리오' 피한 정몽구회장

  • 입력 2007년 2월 5일 1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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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5일 '법정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됨에 따라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최소한의 발걸음을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재계가 가장 관심을 뒀던 점은 정 회장의 이날 인신구속 여부였다.

지난해 4월에 이어 정 회장이 또다시 구속돼 '옥중 경영'을 하게 될 경우 '세계를 향해' 뛰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당장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현대차그룹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 회장에 대한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정 회장의 '부재'는 신속.정확한 결정을 필요로 하는 각각의 단계에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당장 현대차의 경우 3월 또는 4월 체코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고, 환율문제에 따른 수익성 악화라는 전제 속에서 '최선의 방어'를 위한 가격 정책 등을 신속 집행해야 한다는 난제를 안고 있다.

기아차 역시 슬로바키아 공장(3월 예정) 및 중국 제2공장 준공(10월 예정)을 앞두고 있으며, 당장 미국 조지아공장이 앞으로 생산할 차종 등을 결정해야 하는 굵직한 과제를 남겨둔 상태다.

5조2400억 원 규모의 일관제철소 사업에 본격 뛰어든 현대제철은 올해안에 고로생산과와 관련한 기술제휴, 막대한 투자 자금 조달 및 집행 등을 결정해야 하는 쉽지 않은 한해를 맞았다.

정 회장의 인신 구속이 이들 주요 사업의 지연 내지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법원의 '불구속 상태 유지' 결정은 정 회장으로 하여금 최소한 운신의 폭을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집행유예 등이 아닌 징역형이 선고되자 현대차 내부에서 '경영위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섞인 목소리가 나오면서도 '불행중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물론 '현대차 사태'가 종결되기까지 정 회장의 처신이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당장의 글로벌 경영활동을 위한 날개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대차는 자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겉으로는 들어나지 않지만 체질을 강화하는 경영'을 해왔던 것처럼 당분간 대외적으로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주요 현안을 진두 지휘하며 환율문제, 노조문제 등으로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역시 정 회장의 불구속 상태가 유지된 만큼 각종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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