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지원 독거노인-장애인가장 ‘한숨’

  • 입력 2007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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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변원분(80·서울 강동구 성내2동) 할머니는 전세 2000만 원짜리 단독주택 반지하 단칸방에서 혼자 산다. 남편(80)은 젊은 시절 이혼도 하지 않고 다른 여자와 결혼해 아들을 두고 따로 살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자인 변 할머니가 받는 생계보조금은 월 20만 원. 재산과 부양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에겐 월 37만 원가량이 지원되지만 변 할머니는 전세금이 있고 호적상 아들이 두 명이나 있어 수급액이 적다. 이들 아들은 실제 부양을 하지 않으면서 법적으론 부양자식이 돼 있는 것이다. 변 할머니는 자신처럼 가족에게 버림받은 독거노인을 정부가 실정에 맞게 지원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2

김인숙(74·서울 강동구 천호동) 할머니는 할아버지(82)와 손자(중 1년), 손녀(초등 5년) 등과 함께 월세방에서 살고 있다. 김 할머니 가족이 정부에서 받는 돈은 월 45만 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규정상 이들 가족은 100만 원에 가까운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김 할머니의 주민등록이 말소된 탓에 지원액이 적다. 주민등록을 다시 하려면 체불 건강보험료를 완납해야 하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김 할머니는 법에 정해진 지원액이라도 받기를 원하고 있다.

■ 기초생활보장제도 허점

위 사례는 현장에서 만난 고령층 기초생활수급자들의 목소리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개인의 소득이 정부가 정한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면 최소한 생활을 유지하도록 정부가 예산에서 지원해 주는 제도. 2005년 말 현재 전국의 기초생활수급자는 80만8931가구(142만5000여 명)며 이들에 대한 올해 지원 예산은 2조6696억 원이다. 이들 가운데 30.2%가 65세 이상 노인 가구지만 수급자 선정과 지급 기준이 현장밀착형이 아닌 탁상공론형이어서 이들의 목소리와 바람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하반신 마비로 중증 지체 1급 장애인인 김모(42·인천 부평구 삼산동 임대아파트) 씨의 경우 현행 기초생활보호제도의 또 다른 맹점을 보여 준다. 김 씨는 아들(현재 고교 1년)과 단둘이 살고 있다. 월수급액 70만 원으로 입에 풀칠을 할 수는 있으나 아들에게 학교 교육 이외의 공부를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 씨는 2년 전 아들 과외비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하려 했으나 포기하고 말았다. 쇼핑몰을 하려면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고 사업자 등록을 내게 되면 사업 능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돼 기초수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해처럼달처럼 사회복지회’ 윤봉근 소장은 “한국의 기초생활보호제도는 기초생활자의 자활 의지를 원천적으로 막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 게 문제”라며 한 예를 들었다.

중증장애인 생활보호대상자가 미성년이거나 65세 이상으로 생활능력이 없는 식구 3명과 4인 가족이면 매달 103만 원을 지원받는다. 윤 소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 수급자는 건강보험료, 의료비, 교육급여, 각종 사회복지단체 지원 등을 감안하면 월소득 150만 원 상당을 받는 직장이 있는 것과 맞먹는 복지 혜택을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수급자가 파트타임으로 월 70만 원의 소득이 생기면 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되거나 생활보호자 2종으로 떨어져 생활비 지원액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이 수급자는 월 급여 150만 원 이상의 고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없는 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생활보호대상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 성내종합사회복지관 최영대 사회복지사는 “기초수급자라도 사업자 등록을 낼 기회를 주거나 취업을 하도록 장려하고 돈을 벌게 되면 지원금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방법으로 자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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