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징용원폭피해자들, 국내 첫 소송서 패소

  • 입력 2007년 2월 2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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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됐던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부산지법 민사6부(부장판사 이승호)는 2일 이근목(81) 씨 등 6명이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히로시마로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피폭됐다"며 일본 미쓰비시중공업㈜를 상대로 낸 미불 임금 지급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씨 등이 피해를 입은 시점은 1944~1945년으로 민법상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난 사안"이라며 "미쓰비시에서 받지 못한 임금 부분 역시 관련 증거가 부족하고 소멸시효를 넘겼기 때문에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징용이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조약 등 국제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관련 국제법에는 반인도적 범죄자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원폭 피해자들이 가해국인 일본의 법원에 같은 소송을 낸 적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국내 법원에 소송을 내 판결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이 씨 등의 소송대리인 최봉태 변호사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단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원폭 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면서 "시효 시작은 한·일 청구권 협정 문서가 공개된 2005년 8월 26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 씨 등은 1944년 9월경부터 이듬해 10월경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피폭됐다며 2000년 5월 미쓰비시중공업에 1인당 1억100만 원 씩 모두 6억 6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2003년 5월까지 16차례 공판을 끝으로 중단됐다가 재판에 필요한 한·일 청구권 협정 문서가 2005년 공개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재개됐다.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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