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이 낳은 갖가지 진기록

  • 입력 2007년 1월 25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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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린 '담배소송' 1심 판결은 갖가지 진기록을 낳았다.

1999년 9월과 12월 각각 두 건의 담배소송이 법원에 접수된 이후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아닌 1심 판결이 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무려 7년4개월.

2심을 거쳐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이번 민사소송이 최종적으로 끝나기까지 10년을 넘길 수도 있다.

원칙적으로 민사 소송의 경우 5개월 이내 판결하도록 돼 있고 길어도 1~2년이면 재판이 모두 끝나는 통상적인 경우와 크게 대비된다.

극심한 논란을 거친 끝에 결론 난 새만금 사업 관련 재판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4년7개월이 걸렸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도 아직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소송이 길게 진행된 것은 원·피고측의 공방 만큼이나 '인과관계'를 입증할 각종 자료들이 법원에 제출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KT&G 부설연구소가 연구한 담배 유해성에 관한 자료를 공개해 달라는 정보공개 청구 소송이 받아들여지기까지 3년이 걸렸고 서울대 의대 감정단의 감정서가 도착하는 데만 1년이 소요됐다.

오랜 기간 열린 만큼 재판도 30여차례나 진행됐고 원.피고 양측과 감정기관이 법원에 서류를 제출한 횟수만 200차례를 넘는다.

당연히 제출된 서류의 분량은 수 만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피해자들의 고교시절 건강 상태 관련 자료에서부터 서울대 병원의 신체감정 결과, 국립암센터의 암 관련 자료에 이르기까지 총 망라돼 있다.

재판부도 수차례 바뀌었다. 2년마다 정기적으로 단행되는 법원의 인사 등으로 재판부가 4차례나 변경됐고 이 가운데 원고 측의 재판부 기피 신청이 이례적으로 받아 들여져 한차례 재판부가 바뀐 것도 들어있다.

두 소송의 원고 중 암환자는 7명으로 출발했으나 재판 진행 동안 4명은 사망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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