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조선말 탐관오리 ‘21세기 수난’

  • 입력 2007년 1월 23일 0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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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군의 한 공원에 세워져 있던 조선 말기 탐관오리인 조병갑 전북 고부군수의 비석 등이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조병갑은 동학농민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부농민봉기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

함양경찰서는 “17일과 18일 사이 함양읍 상림공원 내 역사인물공원에 모아둔 역대 관찰사와 군수 선정비(善政碑) 32개 중 일부가 넘어지고 비석 위에 얻는 옥개석 12개도 바닥에 떨어져 있어 수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조병갑의 선정비는 완전히 넘어진 채 비문도 일부 훼손됐다. 선정비에는 ‘조병갑이 유민을 편안하게 하고 봉급을 털어 관청을 고치고 세금을 감해 주며 마음이 곧고 정사에 임했기에 선정을 기리기 위해 고종 24년(1887년) 비를 세웠다’는 내용이 한자로 적혀 있다.

1880년 함양군수를 지낸 조병갑은 김해 부사를 거쳐 전북 고부군수로 부임했으며, 고부군수 시절 폭정으로 군민의 분노를 샀다.

한편 함양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조병갑의 선정비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군의원은 의회 자유발언을 통해 “위민과 애국사상이 깃든 인물공원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의 비석이 있다”며 “후손에 부끄럽지 않게 선정비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병갑의 증손녀인 조기숙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지난해 12월 충남 공주유스호스텔에서 열린 ‘동학농민혁명 112주년 기념 유족의 밤’에 참석해 “조상을 대신해 늦게나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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