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로 논술 잡기]언어영역

  • 입력 2007년 1월 23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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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나오는 심화학습 문제에 통합교과형 논술 대비책이 숨어 있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과 논술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교과서를 통해 논술의 기초를 충분히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교 교과서의 핵심 내용을 논술 준비 강의로 진행하는 새 연재를 시작한다. 한 주는 사회와 과학, 한 주는 언어와 수리를 싣는다.》

민족이 흔들릴때 개인의 삶은 어떤가

참여와 방관의 두 태도를 분석해보라

□ 민족의 운명과 개인의 삶

교과서 관련 단원 :국어(상)1-2단원―그 여자네 집(박완서)

국어(상)1단원 심화학습자료―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 교과서 다시 읽기

<국어(상) 교과서 1단원 ‘그 여자네 집’ 지문-장만득 씨 이야기>

소설 ‘그 여자네 집’은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서술자인 내가 현재의 시점에서 겪은 이야기인 외화(外話-겉이야기)와 만득이와 곱단이의 사랑과 민족의 수난으로 인한 비극적 이별이라는 내용을 담은, 옛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인 내화(內話-속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중략)

한편 옛날 고향 마을에서 만득이와 곱단이의 사랑은 마을 사람들의 자랑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기대에 걸맞게 둘은 곱고도 어여쁜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나 이 둘의 사랑은 일제의 징병정책과 정신대 착출 정책으로 인해 비극적인 이별이라는 결말을 맞게 된다. 만득이는 일제의 강제징병으로 일제의 군대에 끌려가게 되고, 곱단이는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엉뚱한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여 신의주에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곱단이가 시집가 첫 근친(결혼한 여인이 친정집에 인사차 찾아가는 일)도 오기 전에 해방이 되었고 ‘나’의 고향은 아슬아슬하게 38 이남이 되어 북조선의 신의주와는 영영 길이 막히고 만다. 징병에서 돌아온 만득이는 같은 마을의 처녀인 순애와 결혼하여 서울로 세간을 내어 살게 되고 만득이와 곱단이는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된다.

1. 교과서 학습 활동 문제―“장만득 씨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가치를 깨닫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글로 써보자.”(고등학교 국어(상) 교과서 1-2 단원)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우선 <1> 장만득 씨의 이야기가 어떤 내용과 줄거리를 갖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2> 그 이야기를 통해 깨달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밝힐 수 있어야겠다.>

<해설 1>

장만득 씨의 이야기―행촌리의 만득과 곱단은 서로 사랑하지만 일제의 징병과 정신대 강제징발 때문에 맺어지지 못하고 각기 다른 배우자를 만나 살게 된다. 그 후 해방이 되지만 분단으로 인해 남북으로 갈라져 영영 만나보지 못하게 된다. 40여 년이 흐른 후 동향인인 나를 만나 장만득 씨는 이후 정신대 할머니를 돕기 위한 모임에 참석하여 일제의 만행과 일본의 뻔뻔함에 울분을 토한다.(자세한 줄거리는 홈페이지 참조)

<해설 2>

이 이야기를 통해 깨달을 수 있는 가치

―민족사의 수난이 개인의 삶에 안긴 상처와 아픔―

이 이야기를 통해 민족의 수난이 개인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남긴 점에 주목하여 민족과 개인의 삶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이 그토록 귀애하던 만득이와 곱단이의 순수한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 것은 두 가지에서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일제의 강제징병으로 인해 만득이가 일제의 총알받이로 끌려가게 된 데에 제1의 원인이 있다. 징병에 끌려가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사랑을 순수하게 지켜주고자 했던 만득이의 바람과는 달리 곱단이가 엉뚱한 남자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또한 일제가 강요했던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한 궁여지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아가 민족의 분단으로 인해 이 둘의 주거지는 남북으로 나뉘어 영영 다시 만나보지도 못하게 되고 만다.

이 같은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사랑과 행복은 결코 민족의 운명과 무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제시문과 논제

<논제> 제시문 <가>의 장만득 씨의 입장에서 제시문 <나>의 담임의 삶을 비판하는 글을 쓰시오. (500자 내외)

<가> 그(장만득 씨)를 우연히 만난 것은 그가 상처하고 나서도 이삼 년 후 엉뚱하게 정신대 할머니를 돕기 위한 모임에서였다. 뜻밖이었지만, 생전의 그의 아내로부터 귀에 못이 박이게 주입된 선입관이 있는지라 그가 그 모임에 나타난 것도 곱단이하고 연결지어서 생각되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중략).

왜요? 곱단이를 못 잊어서요? 여긴 왜 왔어요? 정신대에 그렇게 한이 맺혔어요? 고작 한 여자 때문에. 정신대만 아니었으면 둘이서 혼인했을 텐데 하구요? 참 대단하십니다.

내 퍼붓는 말에 그는 대답 대신 앞장서서 근처 찻집으로 갔다. 그 나이에 아직도 싱그러움이 남아 있는 노인을 나는 마치 순애의 넋이 씐 것처럼 꼬부장한 마음으로 바라다보았다. 그가 나직나직 말했다.

내가 곱단이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는 건 순전히 우리 집 사람이 지어 낸 생각이에요. 난 지금 곱단이 얼굴도 생각이 안 나요. 우리집 사람이 줄기차게 이르집어 주지 않았으면 아마 이름도 잊어버렸을 거예요. 내가 곱단이를 그리워했다면 그건 아마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젊은 날에 대한 아련한 향수였겠지요. 아름다운 내 고향에서 보낸 젊은 날을 문득문득 그리워하는 것도 죄가 되나요. 내가 유람선상에서 운 것도 저게 정말 북한 땅일까? 남의 나라에서 바라보니 이렇게 지척인데 내 나라에선 왜 그렇게 멀었을까? 그게 서럽고 부끄러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복받친 거지, 거기가 신의주라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오늘 여기 오게 된 것도, 글쎄요, 내가 한 짓도 내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지만 …… 아마 얼마 전 우연히 일본 잡지에서 정신대 문제를 애써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려는 일본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분통이 터진 것과 관계가 있겠죠. 강제였다는 증거가 있느냐? 수적으로 한국에서 너무 부풀려 말한다. 뭐 이런 투였어요. 범죄 의식이 전혀 없더군요. 그걸 참을 수가 없었어요. 비록 곱단이의 얼굴은 생각나지 않지만 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어요. 곱단이가 딴 데로 시집가면서 느꼈을, 분하고 억울하고 절망적인 심정을요. 나는 정신대 할머니처럼 직접 당한 사람들의 원한에다 그걸 면한 사람들의 한까지 보태고 싶었어요. 당한 사람이나 면한 사람이나 똑같이 그 제국주의적 폭력의 희생자였다고 생각해요. 면하긴 했지만 면하기 위해 어떻게들 했나요? 강도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얼떨결에 십 층에서 뛰어내려 죽었다고 강도는 죄가 없고 자살이 되나요? 삼천리 강산 방방곡곡에서 사랑의 기쁨, 그 향기로운 숨결을 모조리 질식시켜 버리니 그 천인공노할 범죄를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사람도 아니죠. 당한 자의 한에다가 면한 자의 분노까지 보태고 싶은 내 마음 알겠어요?

장만득 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졌다.

<나> 그 엄청난 비밀이 준 충격으로 멍해 있는 나를 보다가 원하가 갑자기 걱정스런 얼굴이 되어 물었다. 그러다가 이내 스스로를 안심시키듯 덧붙였다.

“뭐. 이제야 말해 줘도 괜찮겠지. 너도 석대의 그림을 대신 그려주고 있으니까. 그건 미술 실기 시험 대신 쳐주는 셈이잖아. 거기다가 곧 석대와 시험지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때 이미 나는 갑작스럽고도 세찬 유혹에 휘말려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유혹이란 방금 알아낸 이 엄청난 비밀로, 어느 누구도 용서할 리 없는 무서운 비행(非行)의 이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이미 끝난 석대와의 싸움을 뒤집어 보자는 것이었다. 담임 선생이 아무리 무정하고 성의 없다 해도 석대의 그 같은 비행까지는 묵인하지 않을 것 같았다(중략).

그러나 다시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나고 시험 감독으로 들어온 담임 선생의 얼굴을 보게 되면서부터 들떠 있던 내 마음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미 있는 것은 모두가 심드렁하고 새로움과 변화는 오직 귀찮고 성가실 뿐이라는 듯한 그의 표정에서 라이터 사건 때의 참담한 실패가 떠오른 까닭이었다.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코앞에 들이대지 않는 한 그의 둔감과 무관심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성싶었다.

거기서 나는 다시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움질일 수 없는 증거가 돼 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이었으나, 그들이 갑자기 내 편이 되어 그때껏 묵인하고 협조해 오던 석대의 그 같은 비행을 담임 선생에게 밝혀 주리라는 보장 또한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 해설

장만득 씨는 정신대 할머니의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있다. 반면 담임은 자신이 맡은 반에서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을 묵인하거나 방관하고 있다. 즉 두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문제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장만득 씨는 자신이 속한 집단으로서 민족의 문제를 자신의 삶의 문제와 연관지어 생각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참여하는 반면, 담임은 자신이 이끄는 반의 불합리한 질서를 자신의 행·불행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기고 이를 방관 혹은 묵인하고 있다. 따라서 제시문 <가>의 장만득 씨의 입장에서 제시문 <나>의 담임의 처사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만득 씨가 민족의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분석해내야 할 것이며, 다음으로 담임이 자신의 반에 세워진 불합리한 질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담임의 대응이 갖는 문제점을 생각해 보고, 장만득 씨의 입장(곧 민족과 개인의 삶의 깊은 연관성 인식과 주체적 참여를 통한 문제 해결 지향)에서 비판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일지를 판단하여 글을 쓰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변성관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글 싣는 순서(언어)
1언어와 매체 특성
2민족의 운명과 개인의 삶
3세계화와 우리
4부조리한 현실과 대응
5물질적 조건과 삶
6삶은 허무한가?
7사랑과 삶
8빠름과 느림
9가족을 말한다.
10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미래
11인간이 풀어야 할 과제, 환경
12희생, 사랑, 순종은여성의 미덕인가?
13욕망은 더러운 것인가?
14대학과 학문
15지식인의 역할과 사명
16노동은 천한 것인가?
17애국주의의 명암
18가난, 숙명? 자업자득?
19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
20희미한 옛사랑의 노래, 민주주의
21혼자만 살지 말고 같이 살자
22자연 친화, 도피? 은인자중?삶의 본연의 모습?
23영원한 소외 지대, 농촌
24예술은 면죄부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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