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도않은 판검사문답 삽입” 법원,공판조서 허위작성 의혹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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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결심공판 과정에서 있지도 않았던 검사와의 문답을 공판조서에 임의로 추가해 공소장 일부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판조서는 대법원 판례에 의해 절대적 증명력(신빙성)이 인정되는 문서로, 이를 임의로 작성한 행위는 대법원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공판중심주의를 근간부터 뒤흔드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20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에버랜드 사건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조희대)가 지난해 12월 7일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 허태학, 박노빈 씨의 결심공판을 마친 뒤 작성한 공판조서에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고, 재판부가 이를 허가한 것으로 돼 있다.

공판조서에는 재판부가 검찰에 “공소장을 변경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묻고, 검찰 측이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 부분(A4 용지로 2, 3쪽 분량)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과정까지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검찰의 구두에 의한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다”는 재판부의 언급이 공판조서에 기록돼 있다는 것.

공소장이 변경된 부분은 이 사건에 대한 삼성그룹 차원의 ‘공모’ 여부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으로 ‘전환사채의 발행과 대량 실권, 제3자 재배당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지배권이 바뀔 우려가 생겼을 때 허 씨 등이 주주들에게 관련 내용을 고지해야 한다는 대표이사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검사가 답변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공판 당시 서면으로든, 구두로든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공판 참석자들은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거나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해 설명한 사실이 없으며 다만, 재판부가 변호인에게 공소장 변경에 대해 물었을 뿐”이라며 “검찰이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려 했으나 기회를 갖지 못하고 공판 직후 ‘공소장 변경을 원치 않는다’며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조 부장판사는 16일 취재진에 “(재판부가) 직권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고 설명했으나, 이는 검찰이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하고 법원이 허가한 것처럼 기록된 공판조서 내용과도 배치된다.

:공판조서: 공개된 법정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인 사이에 오간 모든 신문과 답변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기록하는 공식적인 공판 기록.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에 중요한 문서다. 대법원 판례는 한번 공판조서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은 물론 명백히 오류라는 증거가 없는 한 ‘절대적 증명력’을 인정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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