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동북아 물류 허브’… 작년 목표량 30% 그쳐

  • 입력 2007년 1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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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크레인 19일로 개장 1주년을 맞는 부산신항. 분주하게 하역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부산신항의 가동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해 신항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한산한 크레인
19일로 개장 1주년을 맞는 부산신항. 분주하게 하역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부산신항의 가동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해 신항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17일 오후 부산 강서구 성북동 부산신항. 5만 t급 컨테이너 선박 6척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2km가 넘는 부산신항 안벽에 스위스 MSC의 컨테이너 운반선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한창 바쁘게 작업해야 할 시간이지만 배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는 초대형 갠트리 크레인이나 육지에 부려진 컨테이너를 야적장으로 옮기는 야드 크레인 등이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을씨년스러운 풍경의 작업장을 오가던 한 직원은 “지금은 작업이 끝나 더 한가해 보이는 것”이라면서 “올해 들어 국내 화주들이 부쩍 부산신항을 주목하기 시작해 지난해와는 다를 것”이라며 고무돼 있었다. 》

1876년 개항 이래 한국의 수출입 관문으로 수출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부산항. 지난해 부산신항 개장으로 ‘동북아 항만물류 허브로의 도약’이라는 꿈에 한발 더 다가섰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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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1주년 부산신항, 가동률은 29.9% 수준=19일로 개장 1주년을 맞는 부산신항은 올해 1월 초부터 북 컨테이너부두 2차 3선석(船席)을 추가로 개장해 지난해 1월 19일 개장한 1차 3선석을 포함하면 모두 6선석으로 늘어났다.

전체 선석 길이도 2km이며 안벽 크레인 15기, 야드 크레인 49기, 야드 트랙터 115대 등의 장비를 보유하게 됐다. 5만 t급 대형 컨테이너선 6척이 동시에 접안할 규모를 갖춰 연간 20피트짜리 컨테이너 360만 개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장 이후 지난해 말까지 처리한 물동량은 23만8866개로 월평균 1만9900개에 불과했다. 이는 당초 처리 목표량인 80만 개의 29.9%에 그치는 수준이다.

더욱이 올해는 선석까지 늘어난 상황이어서 수익구조는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부산신항에 정기적으로 기항하는 선사는 MSC를 비롯해 쿠웨이트의 UASC, 이스라엘의 ZIM, 아랍에미리트의 ESL 등 4개사. 지난해 이들 선사가 부산신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량은 23만8866개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32만 개가 목표다.

▽인센티브 도입돼야=부산신항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종 인프라와 항만 세일즈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화물터미널의 고유 기능에다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선박 수리 및 선용품 공급 등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배후물류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로 꼽힌다.

이를 위해 현재 1공구 22만 평이 조성됐지만 나머지 71만 평에 대한 공사도 하루빨리 끝나야 한다고 항만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아직 공정이 40%에 머물고 있는 제1배후도로 중 가락나들목∼식만교 구간을 비롯해 부산신항 배후물류단지 뒤편 견마교, 기존의 북항으로 연결되는 항만배후도로(남항, 북항대교, 명지대교, 천마산터널) 건설이 시급하다.

당초 2008년 완공하기로 돼 있던 녹산역∼삼랑진역의 배후철도망이 2011년 이후로 미뤄진 것도 부산신항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부산항의 운송분담률이 도로운송 88%, 철도운송 10%, 연안운송 2%에 불과해 도로 운송에 극도로 치우쳐 있다.

환적화물(부산항 컨테이너 야적장에 잠시 보관했다가 다른 배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화물)의 하역비 할인 및 환적 유치 인센티브제 도입, 기존항(북항)보다 비싼 내륙 운송비 인하, 복합운송시스템 구축 등 항만서비스 개선도 풀어야 할 과제다.

부산신항만 존 엘리엇(42) 영업담당 이사는 “원가 측면에서는 중국의 항만들과 경쟁할 수 없지만 부산신항의 장점도 많다”며 “환적화물에 대한 입출항료 면제 등 가시적인 지원부터 정부의 무분별한 신규 터미널 건설 억제 등 정책적인 배려가 복합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쑥쑥 자라는 中항만들

세계 주요 항만의 지난해 컨테이너 처리 실적은 2005년에 이어 싱가포르항과 중국의 홍콩, 상하이(上海), 선전(深(수,천)) 그리고 부산항으로 이어지는 1∼5위 순위에 변화가 없었다.

18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항은 2005년에 비해 6.9% 증가한 2480만 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해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2위는 2374만 개를 처리한 홍콩항, 3위는 상하이항으로 2005년에 비해 20.1% 늘어난 2171만 개를 처리했다.

이로써 전 세계에서 연간 2000만 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항만은 3개가 됐다.

부산항은 지난해 1203만 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했다. 그러나 1∼4위 항만이 5.9∼20.1%의 처리 실적 증가율을 보인 데 비해 부산항은 1.6%의 증가율을 나타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평균 물동량 처리 증가율이 13.3%를 기록했으나 2005년 3.1%로 둔화되면서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

특히 4위 선전항과의 격차가 2005년 434만 개에서 지난해에는 622만 개로 더 벌어져 4위권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6위인 대만 가오슝(高雄)항의 도전이 더 위협적이다.

이 같은 부산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혁신적인 환적화물시스템 구축, 물동량 확보, 신항 활용 등이 필요하다는 게 항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부산항 전역을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혁신적인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시 김형양 항만농수산국장은 “부산과 광양을 동시 개발하는 정부의 투 포트 시스템과 거점 항만 확충 계획 때문에 부산항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외국 항만과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차지하려면 부산항 선박입항료, 화물 입출항료, 정박료 등의 100% 면제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도석 항만부장 “육-해-공 복합운송체제 구축 필요”

“부산항의 물류 경쟁력은 해운, 철도, 내륙, 항공과 같은 다양한 물류의 공간적, 기능적 통합에 달려 있습니다.”

부산발전연구원 최도석(49·사진) 해양항만연구부장은 “부산항 컨테이너 화물은 도로와 철도가 각각 88%, 10%를 차지해 내륙 배후수송체계가 지나치게 도로 수송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물류운송 비용이 높고 화물연대 파업 발생 시 국가 물류 마비가 되풀이될 우려가 높다는 것. 컨테이너 화물의 육해공 복합운송체계 구축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그는 “당국이나 선사, 화주 등 화물운송 관련자들이 선박의 대형화 추세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선박 건조 기술의 발달로 초고속 선박이 등장하는 사실에 주목해 위그선(나는 선박) 활용 등 물류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부장은 항만물류의 경쟁력이 확보되려면 부두시설과 서비스 그리고 항만 배후 용지 등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항만 실수요자가 원하는 부산신항, 배후철도, 배후도로, 물류산업 용지 확보에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부산항의 물류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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