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출처 알 정도면 표절 아니다"

  • 입력 2006년 12월 27일 13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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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외국 서적을 표절한 저서를 냈다는 이유로 정직처분을 받은 고려대 이모(61) 교수가 학교재단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집필해 출간한 저서들의 내용에 정당한 범위를 초과해 독일 학자들의 저서를 인용한 부분이 포함돼 있지만 저서의 성격과 대상, 인용 부분의 내용, 원고가 출처를 개괄적으로 표시한 점 등에 비춰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2000년 6월 이 교수의 저서 중 3권이 독일 원저서를 상당부분 그대로 번역했다는 익명의 진정서를 접수한 뒤 총장 선거를 8개월 앞둔 2001년 7월 징계절차에 들어가 같은 해 11월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이 교수는 재단을 상대로 징계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지방법원은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징계처분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저서의 해당 부분이 원저서를 인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출처를 머리말, 논문 등을 통해 표시했다"면서 "이는 각 해당 부분마다 구체적으로 출처를 표시하는 방법에 비해 충실한 출처 표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른바 '도작(盜作)'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저서의 저작자 중 1명이 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고 나머지 저작자들도 아무 이의를 제기하는 않은 점, 20년 이상 교수로 재직하며 많은 공적을 쌓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정직 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달 실시된 고려대 총장 선거에 출마해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다가 낙선했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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