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 완공 1년 현장 가보니
본보는 이날 ‘동해선 철도·도로·임시도로 환경생태공동조사단’(단장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김귀곤 교수)의 사후환경영향모니터링 1차 답사에 동행해 이 지역의 생태계를 둘러봤다. 이번 답사는 철도 완공 후 처음 이뤄진 것.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 식물, 어류 등 각 분야의 전문가와 철도시설관리공단 및 사후영향평가를 담당하는 ㈜도화종합기술공사 관계자가 함께했다.
이 일대를 둘러본 익산대 김창환(녹지조경학) 교수는 “공사 기간에 수분을 흡수해 육지화하는 외래종 족제비싸리가 전파되면서 수분이 풍부한 습지에 사는 줄, 부들 대신 버드나무와 오리나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야생동물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철로와 도로가 지나는 터널 위에 조성된 생태다리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실정이었다.
철도 생태다리 3곳 중 2곳의 일부가 올여름 내린 비 때문에 무너져 붉은 토사가 그대로 노출돼 있었고, 붕괴를 막기 위해 심어진 소나무 묘목들도 함께 쓰러져 있었다.
동해선 철도의 남북출입사무소(CIQ)와 통일전망대 사이에 세워지고 있는 ‘남북 교류타운’ 건설 현장에는 대형 굴착기와 크레인이 기초 공사를 하느라 분주한 상황이었다.
3월 착공된 남북교류타운은 현내면 명호·송현리 일대의 민통선 지역 4만4000평에 남북교류센터, 비무장지대(DMZ) 박물관, 평화의 문을 만드는 사업비 460억 원 규모의 대형 사업.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은 “도로와 철도 사이, 출입사무소와 통일전망대 사이에 남북교류타운이 세워져 생태계 파괴를 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공사 기간 훼손됐던 생태계가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는 움직임도 있었다.
공사 기간에 포유류의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송현진교에서 바라본 눈밭에는 멧돼지, 너구리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철로에는 멧돼지 배설물이 이어져 있었다. 철도 생태다리에서는 고라니 발자국도 발견됐다. 이날 독수리 5마리와 검둥오리떼도 목격됐다.
3년여 동안 1580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지난해 말 완공된 동해선 철도는 올 5월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시험운행이 취소됐다.
동해북부선의 남측 출발역인 고성군 제진역에는 5월에 옮겨진 네 량짜리 열차만이 북쪽을 향해 달리게 될 날을 기다리며 덩그러니 서 있었다.
고성=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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