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악몽이 또…” 양계농가들 울상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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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바이러스가 발생한 전북 익산시 일대는 전국적인 규모의 양계 단지다.

국내 최대의 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 본사가 익산시 망성면에 있고 하림의 위탁을 받아 달걀을 생산하는 종계장, 병아리를 부화하는 부화장, 닭을 도축하는 도계장 등 관련 시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바이러스가 발생한 함열읍 석매리 매교마을 반경 500m 안에만 6농가에서 25만여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사육 중이며 3km(500m 포함) 안에는 농가 16곳에서 60여만 마리를 기르고 있다.

10km 안에는 204개 농가에서 506만3000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하루 35만 마리의 닭을 잡아 국내 닭 소비량의 30∼40%를 처리하는 하림은 이곳에서 8km 거리에 있다.

하림 측은 22일 저녁부터 긴급 상황실을 설치하고 이문용 사장 등 임직원이 비상근무를 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침통했다.

회사 관계자는 “2003년 5월 화재로 9200평 규모의 도계장이 모조리 불에 타서 1년 만에 새 건물을 짓고 최고 수준의 위생 수준을 유지해 왔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며 소비 감소로 인한 조업 중단을 우려했다.

바이러스 발생 사육장과 같은 마을에서 삼계탕용 닭 7만5000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의택(62) 씨는 “이게 웬 날벼락이냐. 진성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며 “2003년에도 발생이 의심됐지만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비상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한 전북도는 AI 발생이 축산 농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것을 우려하며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긴급 방역조치에 착수했다.

전북도와 익산시는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500m의 차량과 사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전북도는 일단 24일 바이러스가 발생한 농가의 남아 있는 닭 6000여 마리 전량을 도살 처분하고 25일 진성 판정이 나면 통제선과 도살 처분 대상을 3∼10km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도는 이 사육장에서 최근 생산된 달걀을 부화하고 있는 익산 낭산과 삼기부화장의 달걀과 병아리 전량을 폐기 처분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고병원성 AI는 자칫 인체에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발생 현장 부근 통행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치킨가게의 걱정도 태산이다.

전주시 중화산동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8) 씨는 “충북 음성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수많은 치킨집이 문을 닫았던 2003년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끓이거나 튀기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집중 홍보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21일 철새 축제를 끝낸 군산시는 “일주일만 일정을 늦게 잡았어도 행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도 “AI의 주요 감염 경로로 철새가 의심돼 괴롭다”고 말했다.

익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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