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법원장 변호사 시절 외환銀 수임’ 논란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코멘트
이용훈(사진)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에 최근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대법원 측은 “영장 기각을 대법원장과 연결시킨 것은 사법부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이 지난해 6월 극동도시가스를 상대로 낸 327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이 대법원장이 맡았으며 당시 이 대법원장을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한 사람이 유 대표”라고 밝혔다.

또한 2004년 12월 이 대법원장이 서울 강남의 P호텔에서 유 대표와 하종선(당시 D법무법인 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 김형민 외환은행 부행장과 만난 적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이 국회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대법원 수뇌부는 “검찰이 론스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 대법원장과 외환은행 간 수임 약정서 등을 확보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영장 기각에 불만을 품은 검찰이 수사에서 얻은 ‘정보’로 엉뚱한 장난을 치고 있다”고 검찰 쪽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3일과 7일 론스타 관련자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 쪽에서는 “이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사건 수임과 영장 기각이 관계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 대법원장이 유 대표를 만났는지에 대해 대법원 측은 “이 대법원장이 외환은행 사건을 맡기 전에 외환은행 관계자 등을 두 차례 만났으나 그 자리에 유 대표가 있었는지는 기억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우리가 뭘 흘렸다는 거냐”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양새를 취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검사들에게 개별 대응을 자제하도록 지시했다.

이처럼 두 기관의 대립이 법리가 아닌 대법원장의 과거 수임 문제를 둘러싸고 감정싸움의 양상으로 번져 가면서 갈 데까지 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외환은행 소송 수임과 관련해 이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착수금 2억2000만 원과 승소비율에 따른 성공보수금(최대 15억 원) 약정을 맺고 사건을 맡았으나 지난해 8월 대법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뒤 착수금 중 1억6500만 원을 돌려주고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송 사건은 지난주 서울중앙지법에서 “외환은행 측도 70%의 책임이 있는 만큼 극동도시가스는 외환은행에 30%만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이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법정관리 중이던 우량기업을 론스타가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소문도 나돌았으나 대법원 측은 “수임 사건은 모두 적법하게 처리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법원장은 이전에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변호사로 활동한 2000년 9월 6일부터 지난해 8월 29일까지 총 472건의 사건을 맡았다.

1년에 평균 94건 정도로 서울지역 전체 변호사 평균 사건 수임 건수의 2배가 넘는다. 2003년 서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3714명의 연간 평균 수임 건수는 43.1건이었다.

472건 가운데 형사사건이 84건이었고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1심 공판 변론을 맡았다. 나머지 300여 건은 민사·행정소송 사건으로 승소율은 높지 않았다. 일부 승소한 사건을 포함한 승소 건수는 81건으로 전체의 20.9%에 그쳤다. 이는 이 대법원장이 패소율이 높은 대법원 사건을 많이 수임한 결과로 보인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대법원장 임명 동의를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5년간 변호사 수임료로 60억 원가량을 벌었다고 밝혔다.

이는 세금을 내기 이전의 소득으로 종합소득세 15억7000만 원, 부가가치세 6억 원을 낸 것을 감안할 때에 사무실 유지비용 등을 제외한 순수입은 20억 원대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이 대법원장의 재산 규모는 35억7000만 원으로 2000년 대법관을 그만둘 때보다 24억여 원이 늘어났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