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서남북/손 놓은 제주특별자치도

  • 입력 2006년 9월 28일 0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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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주특별자치도 성과를 내놓을 게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분출한 현안에는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공무원은 특별자치도 출범 100일 자료를 준비하면서 맥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7월 힘찬 팡파르와 함께 출범했지만 방향타를 잃고 공직 사회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 중심에 김태환 도지사가 있다.

김 지사는 26일 제주지검에 3번째 소환돼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5·31지방선거에서 공무원 선거개입을 공모 및 지시했다는 혐의다.

김 지사가 검찰 조사에 불려 다니는 동안 공무원들은 업무를 뒷전으로 미룬 채 지사의 심기를 살피는 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에도 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지사가 흔들리면 제주도 행정조직 전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 이후 기초자치단체가 추진했던 돌문화공원조성, 감귤랜드 조성, 키위산업 활성화 등은 더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제주 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해군기지 건설은 11월 말 결론을 내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제4차 회의를 제주에서 여는 문제도 정부에 개최지 변경을 요청했다가 결국 수용하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특별자치도 후속 조치인 법인세율 인하와 전 지역 면세점화 문제도 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4월 지사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검찰의 장고(長考)도 도정의 허송세월에 한몫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 조사와 별개로 특별자치도 순항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는 지사의 지혜로운 행보와 공무원들의 공복(公僕)의식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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