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문학 위기’ 이대로 둘 수 없다

  • 입력 2006년 9월 26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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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80여 개 인문대 학장들이 오늘 인문학 위기를 알리는 성명서를 발표한다. 고려대 문과대 교수들의 ‘인문학 선언’으로 촉발된 ‘인문학 살리기’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인문대 학장들은 ‘학장 협의회’를 구성해 정부의 인문학 지원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다.

우리 사회는 인문학계의 ‘긴급 구조요청’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문학 위기가 거론된 지는 꽤 됐으나 개선은커녕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문을 닫는 인문계 학과가 늘어나고 전공 학생들이 급격히 줄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문학의 중요성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여러 학문이 서로 협동하며 연구를 진행하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인문학의 위상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기업에서 제품과 기술을 개발할 때도 인문학 지식이 동원되는 것이 21세기의 현실이다. 인문학 공백 상태는 우리의 국가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인문학 위기는 인문학 전공자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대학 울타리 속에 안주해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따분하고 고루한 학문이라는 잘못된 선입관을 대중에게 심어 준 것이다. 인문학 교수들이 성명을 통해 자기반성의 뜻을 보인 것은 ‘인문학의 봄’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이다.

정부는 인문학 기반 붕괴에 큰 책임이 있다. 인문학 교수들의 간절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외면했다. 정부가 ‘신지식인’ 등을 내세워 실용학문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은 ‘인문학 소외’를 가속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부터라도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10년, 20년 뒤를 내다보고 연구해야 성과가 나타나는 인문학이야말로 정부가 적극적인 후원자 역할을 맡아야 할 분야다. 대학도 나서야 한다. 대학이 학부생의 인문 교육을 강화하면 학생들의 취약한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고, 위기 타개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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