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스크린속 호주선생님 “Let’s study”

  • 입력 2006년 9월 12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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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마을 경남 하동군 옥종면 청룡리에 있는 옥종중학교 1학년 김주명(13) 군이 목을 빼고 기다려 온 영어 화상교육이 12일 다시 시작된다.

김 군과 이 학교 1, 2학년생 22명은 5월부터 두 달간 호주 그리피스대 에이미 선생에게서 화상 영어교육을 받은 뒤 영어에 부쩍 자신감이 생겼다. 이들은 매주 2시간씩 12차례 화상 수업을 했다.

김 군은 “학원에 다니거나 외국인과 말을 해본 적이 없는데 화상이지만 선생님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지도를 받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 학교 영어담당 권해근 교사는 “학생들의 흥미 유발과 자신감 고취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학생들이 4차 수업부터는 자신감을 갖고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부모의 소득 격차가 자식의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경남도교육청이 교육청 단위로는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온라인 원어민 화상 영어교육’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방식이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희망의 씨앗’으로 떠오른 것.

도교육청은 경남 남해 삼동초등학교와 하동 옥종중학교, 금남고등학교 등 5개교에서 방과 후 특기활동의 하나로 온라인 화상 영어교육을 시범 실시했다. 초등학교는 5, 6학년 중학교는 1∼3학년, 고등학교는 1, 2학년이 대상. 학생은 물론 학부모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11일부터는 20개 농어촌 초중고교로 이를 늘렸다.

시범학교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읽기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육 초반에 10∼40점이던 것이 후반에는 70점대로 올라갔다. 듣기도 마찬가지였다.

경남 거창 위천초등학교는 읽기평가에서 3차 수업 때 40점 중반에 머물렀으나 11차 수업에서는 70점 중반으로 뛰었다. 이 학교는 듣기도 3차 수업 30점, 7차 60점, 11차 75점으로 급상승했다.

화상수업에는 대형 스크린과 42인치 프로젝션TV, 지도교사용 모니터, 학생용 마이크 등이 필요하다. 호주 현지에서는 한국인 보조교사가 수업을 돕고 한국 교실에서는 영어담당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한다. 듣기와 말하기, 읽기는 화상으로 해결하고 쓰기는 e메일을 주고받으며 첨삭지도를 받는다.

시범수업에서는 학생 부담이 없었지만 2차 수업부터는 월 6만4000원인 수업료를 교육청과 학생이 절반씩 내게 된다.

옥종중 김송자 교장은 “반응이 좋아 2학기에는 총동창회에서 후배들을 위해 영어 수업료를 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남에는 현재 38명의 원어민 강사가 있으나 창원과 김해 등 도시에 집중돼 농어촌 학생은 원어민 교사를 만날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은 “온라인 화상영어 교육이 원어민 교사 초빙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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