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1년 연기…출혈경쟁 대학들 발동동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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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국회에서 관련 법의 처리 지연으로 개교 시기가 2009년 3월로 당초 예정보다 1년 연기된 가운데 로스쿨 유치를 위한 대학의 경쟁이 가열되자 교육인적자원부가 시설이 아닌 질 위주의 심사 기준을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대학들은 내부 반발 등 부작용을 겪고 있으며 로스쿨 설립을 위해 채용한 교수들의 인건비 부담 등을 감수하고 출혈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과잉 투자 말라”=교육부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인가 심사기준에 관한 정책연구(책임자 한상희 건국대 법학과 교수)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로스쿨 설치인가를 위한 평가 대상은 △교육목표 △입학전형 △교육과정 △교원 △교육시설 △교육재정 등 8개 영역 69개 항목(1000점 만점)이다.

이 가운데 교육과정과 교원분야의 배점 비율이 각각 29%, 19.5%로 48.5%인 반면 대학이 막대한 투자를 한 교육시설은 12.5%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법학전문도서관, 모의법정 등 시설이나 교원을 완전히 갖추지 못해도 확보 계획이 확실하면 ‘가(假)인가’를 받을 수 있고, 교원은 정원의 70% 이상 확보하면 인가를 신청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인가 대학은 계획을 이행해야 본(本)인가를 받게 된다.

▽대학, 과잉투자 후유증=로스쿨 개교 준비 과정 등을 감안하면 올 6월까지는 관련 법이 제정됐어야 당초 예정대로 2008년 3월 개교가 가능하다는 것이 교육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개교 시기가 늦춰지면서 대학의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7월 현재 38개 대학(국공립 12곳, 사립 26곳)이 건물 신축 등 로스쿨 시설 투자에만 1988억 원을 집행했고, 앞으로 1737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로스쿨의 수에 대해선 10여 개가 선정될 것으로 거론되고 있어 이미 투자한 대학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조선대의 경우 시설투자에만 433억여 원을 썼고 120억 원을 더 쓸 계획을 세우는 등 수백억 원을 투자하는 대학이 적지 않다.

중앙대는 시설 투자에만 200억 원을 들여 서울에선 가장 많이 투자했다. 부장급 판검사와 변호사 등 실무교수 8명 등 15명을 새로 채용해 교수가 2배로 늘었다.

시설 투자에 100억 원을 책정한 경북대는 지난 학기 교수 14명을 특별채용한 데 이어 이번 학기에 7명을 더 뽑으려 하자 일부 교수가 반발하고 있다.

로스쿨 유치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수 증원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단과대들이 “법대 교수만 늘리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지방 국립대의 한 관계자는 “정년보장 교수 한 명을 채용하면 20억 원이 든다는 소문이 있다”며 “로스쿨 선정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대학들이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모 대학 총장은 “지적재산권이나 세무 분야 등 전문변호사를 높은 연봉에 정년을 보장해 스카우트했다”며 “로스쿨 설립이 연기돼 인건비 부담이 심할 뿐더러 전문 변호사에게 학부 교양 강좌 수준의 강의를 맡기는 과정에서 불협화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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