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호호호~’ 서울고용센터 구직자 ‘웃음치료교실’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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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열린 웃음치료 특강에서 수강생들이 소리 내어 활짝 웃고 있다. 홍진환 기자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열린 웃음치료 특강에서 수강생들이 소리 내어 활짝 웃고 있다. 홍진환 기자
웃음이, 그것도 억지로 짓는 웃음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몸과 마음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억지로 짓는 웃음도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

“자, 박장대소 준비, 20초간 시∼작!”

“으아하하하하하하.”

지난달 31일 오후 3시 반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고용센터) 강의실은 건물이 흔들릴 듯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며 폭소를 터뜨리고 있는 사람들은 50여 명. 희끗한 머리의 70대 할아버지부터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한 중년 여성, 그리고 20대 후반의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는 법을 배우러 웃음치료교실에 모인 참가자들. 고용센터는 한국웃음센터와 협약을 맺고 매주 목요일 실업자들을 위한 웃음치료반을 무료 운영하고 있다.

실업자들은 익살맞은 한국웃음센터 강사의 시범대로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온몸을 좌우로 흔들고, 함성을 지르는’ 박장대소(拍掌大笑)의 4대 요건을 충실히 지켜 있는 힘껏 폭소를 터뜨렸다.

정성훈(26) 강사가 이들에게 “15초간 웃으면 200만 원어치의 약 효과가 있다는데 1시간을 웃고 가는 여러분은 수천만 원을 버는 고액 연봉자”라고 재치 있는 말을 건네자 교실은 다시 웃음바다가 됐다.

웃음의 최고봉은 ‘박장대소’.

“박장대소를 할 때 가장 많은 엔도르핀이 나오죠. 스트레스와 혈압을 낮추고 통증도 진정시켜 줍니다. 억지웃음이라도 90%의 효과가 있습니다.”

정 강사는 칠판에 ‘표현. 칭찬과 격려. 자존감’이라고 쓰고 “웃음 넘치는 삶을 위해 이 세 가지를 반드시 지키라”고 권했다.

그는 “자신의 좋은 감정을 남에게 표현하면 상대방까지 웃게 만들 수 있다”며 “일상의 사소한 행복과 상대방의 작은 장점을 발견할 때마다 감탄을 통해 표현하라”고 조언했다.

실전에 돌입해 참가자끼리 서로의 장점을 찾아 칭찬해 주는 시간.

한 중년 남성은 초면인 옆 자리 여성에게 어색한 얼굴로 “선생님, 정말 몸짱이십니다”라고 말해 교실은 깔깔 웃는 사람들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자존감을 높이는 훈련도 이어졌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나는 어려움을 잘 극복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못할 것이 없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듯 꼭 감은 두 눈에서는 절실함이 묻어났다.

교실을 나서던 김태헌(70) 씨는 “웃음치료교실에 오면 너무 많이 웃어서 허기가 질 정도”라며 “여기 다니고부터 기분이 좋고 밥맛도 좋아졌다. 약이다 생각하고 매주 온다”고 말했다.

올 5월 말 실직한 후 웃음치료교실을 찾았다는 송은혜(31·여) 씨는 “웃음 치료 후 마음이 서서히 열리면서 몸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광일 한국웃음센터 대표는 “경기도 좋지 않고 주위에는 우울한 뉴스밖에 없지만 이럴수록 웃는 여유가 필요하다”며 “혼자 웃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웃을 때 30배가 넘는 건강 효과가 있기 때문에 웃음바이러스가 한국 전체에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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