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안 나와도 한의사 될 수 있다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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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 졸업생이 진학해 4년간 공부하면 한의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한의학전문대학원이 2008년 3월 지방 국립대 한 곳에 설치된다.

이에 따라 한의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한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양의학계는 한의학전문대학원이 국립대에 설치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공약사항이란 이유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어디에 설치하나=교육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는 한의학의 과학화와 한의학 전문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580억 원을 들여 4년 석사과정의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신설하겠다고 30일 발표했다.

이 대학원은 입학정원이 50명이다. 정부는 한의사 인력을 늘리지 않기 위해 입학정원이 80명 이상인 사립 한의과대학(경희대 대구한의대 원광대 대전대 동국대)의 입학 정원을 10%씩 줄이기로 했다. 이들 대학은 정원 감축에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의대나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된 지방 국립대에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하기로 하고 곧 설치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선정 공고 등을 거쳐 연말까지 설립 대학을 확정할 계획이다.

전남대 충남대 충북대에는 의대가, 강원대 제주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전북대에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이 설치돼 있다. 벌써부터 이 대학원을 유치하기 위한 로비가 치열해지고 있다.

▽어떻게 뽑나=한의대 의대 치대 졸업자나 4년제 대학 졸업자는 전공에 상관없이 ‘한의과 교육 입문시험’을 거쳐 입학할 수 있다. 대학에서 한의학 공부에 필요한 선수과목을 이수한 사람만 응시원서를 낼 수 있다. 한문, 동양철학 등 한의학의 특성에 맞는 과목이 선수과목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에 입문시험의 기본 틀을 마련한 뒤 내년 1, 2월경 예비검사 성격의 모의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어 전문가와 수험생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하반기에 첫 입문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학업과 진로=한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은 임상교육입문시험과 임상교육종합평가시험을 치르고 인턴과정을 밟게 된다. 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한의학 석사학위와 한의사 면허시험 응시자격을 받는다.

이들은 한의사 시험에 합격해 한방전공의 수련과정을 거쳐 한방전문의가 되거나, 한의학박사학위 과정을 통해 한의학 연구자의 길을 갈 수 있다.

교육부는 첫 신입생이 졸업하는 2012년경 박사학위 과정을 신설하고, 운영성과를 평가해 전문대학원을 확대 지정할 것인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양의학계 반대=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한의학이 의학이 되기 위해서는 객관성, 안정성, 효용성이 입증돼야 한다”며 “정부가 의사단체의 의견을 무시하고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서울대 의대에 첫 한의학 강좌 ▼

정부의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제안을 거부했던 서울대 의대가 올해 2학기에 한의학 관련 강의를 하기로 했다. 이 같은 강의가 서울대 의대에서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 의대는 본과 4학년 과목인 ‘환자, 의사, 사회(PDS·Patient, Doctor, Society)’를 통해 ‘한의학과 보완의학’이란 강의를 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강의는 이 과목의 총 30시간 가운데 8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보완대체의학 전문가 이성재(보완대체의학회 회장) 전 가천의대 교수, 의사와 한의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윤영주(한의원 운영) 박사 등 외부 강사 8명이 침구경혈학개론, 생약치료에 대한 이해, 굿을 하거나 병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물을 섭취하는 환자에 대해 대처하는 자세 등에 대해 강의하게 된다.

이 과목을 맡고 있는 신좌섭(의학교육실) 교수는 “‘환자, 의사, 사회’ 과목은 의사의 진료 태도를 가르치는 교과목”이라며 “한의학 관련 강의는 대체 의학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약을 쓸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학생들이 이 강의를 통해 대체의학 치료를 원하는 환자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갖길 바란다”면서 “이 강의는 4년 전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의학전문대학원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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