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교육정책을 대통령이?” 떨떠름한 교육부

  • 입력 2006년 8월 1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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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8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퇴진으로 어수선한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교육부 직원들은 “도대체 왜…”라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설마 우는 아이 뺨을 때리겠느냐”는 직원도 있었지만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직원이 많았다. 6월 급식 식중독 사태와 7월 김 전 부총리의 퇴진 등으로 업무 공백이 유난히 커 보여 대통령의 질책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팽배했다.

이날 오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노 대통령이 교육부를 한껏 치켜세우면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떠들썩했던 김 전 부총리의 취임과 퇴임으로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한 채 전전긍긍했던 교육부 직원들은 안도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교육부 직원들과 간부들 사이에서는 삼삼오오 ‘조용한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어수선한 교육부를 다독이고 돌아간 노 대통령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참여정부 이후 교육정책을 갈팡질팡하게 만든 대통령의 철학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 간부는 “당면한 교육의 핵심적 현안이 학벌 타파이며 현시점에서 교육정책 방향을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교육부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맥 빠지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교육부는 학벌 타파와 평준화를 부르짖는 참여정부의 교육 코드에 맞추기 위해 입시와 대학 정책을 둘러싸고 대학 및 특성화고와 수차례 마찰을 빚었다. 교원평가와 학제개편에 있어서도 교육혁신위원회의 현실에 맞지 않는 방안을 조율하느라 교원단체와 사이가 더 멀어졌다. 코드에 휘둘려 교육주체 간 갈등 해소에는 신경도 쓰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의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는 노 대통령의 말도 솔직히 반갑지 않다고 했다. 다른 한 직원은 “지금도 정책을 세우면 대통령이 직접 평가를 하고 때론 댓글도 달기 때문에 직접 챙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장관도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이 직접 정책을 챙기는 것이 교육부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차기 교육부총리는 코드나 외풍에 신경 쓰지 않게 하는 인사였으면 좋겠다는 것이 대통령을 전송한 교육부 직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었다.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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