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悲運의 ‘김진표 세대’

  • 입력 2006년 6월 2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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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료 시절에 교육의 경쟁력을 강조했던 김진표 씨가 교육부총리가 되고 나서 평둔화(平鈍化) 코드로 뻗대는 걸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이 많았다. 그러나 교육 경쟁력 죽이기의 발원지가 청와대였음이 속속 드러나면서 궁금증이 풀렸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일 외국어고 입학 지역제한제를 발표하기 전에 청와대와의 실무 협의를 거쳐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13일 27개 대학 총장을 청와대로 불러 대학입시에서 내신 비중을 높이고 본고사형 논술을 실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국회의원 겸직인 김 부총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코드로 생각이 굳은 노 대통령에게 진언(進言) 한번 제대로 못하고 수월성(秀越性) 죽이기에 앞장섰다.

외국어고 과학고 자립형사립고는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는 학교다. 외국어 잘하는 학생만 배출하려고 외국어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부총리의 딸도 외국어고를 나와 상경계 대학을 거쳐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김 부총리는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외국어고 졸업생은 모두 외국어를 전공해야 옳다는 식의 논리를 편다.

2008학년도 입시부터 내신을 대폭 강화하는 것도 특수목적고와 서울 강남을 죽이고 일류 대학을 평준화하는 효과를 노린 정책이다. 국제중과 국제고 반대는 우물 안 개구리 코드다. 국제화 시대에 국내에서 질 높은 교육을 막으면 기러기 아빠와 외화 유출이 늘어날 뿐이다.

청와대는 열심히 공부하는 우수 학생에게 입시에서 불이익을 주고, 자녀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려는 부모의 꿈을 죄악시하는 제도를 강요한다. 김 부총리는 청와대발(發) 정책의 꼭두각시가 된 양상이다. 정권과 함께 운명을 마칠 시한부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중학교 2, 3학년과 고등학교 2, 3학년 학생은 무슨 죄가 있나.

이해찬 전 교육부 장관이 독선적인 교육 정책으로 ‘이해찬 세대’를 만들더니 이번에는 김 부총리가 ‘김진표 세대’를 만들고 있다. 내신에 들볶이고 평등 코드에 발목 잡힌 비운(悲運)의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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