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의 名건축]<10·끝>마포구 합정동 절두산성당

  • 입력 2006년 6월 2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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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두산성당과 박물관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종탑을 기준으로 왼쪽이 성당이고 오른쪽이 박물관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쪽에서 망원렌즈로 촬영했다. 강병기  기자
절두산성당과 박물관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종탑을 기준으로 왼쪽이 성당이고 오른쪽이 박물관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쪽에서 망원렌즈로 촬영했다. 강병기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절두산은 원래 잠두봉 용두봉 등으로 불렸다. 한강 쪽으로 돌출한 봉우리 모양이 누에의 머리처럼, 용의 머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한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한강변 승경(勝景)으로 이름났던 양화나루터 옆 언덕은 1866년 천주교 신자들을 붙잡아 이곳에서 처형한 병인박해를 계기로 절두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병인박해를 이유로 로즈 제독이 프랑스 함대를 이끌고 조선을 침입했는데 당시 집권자들은 요충지인 양화진이 서양 세력에 의해 더럽혀진 것이 천주교인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천주교인의 피로써 오욕을 씻고자 이곳을 사형 집행지로 택했다는 것이다.

천주교 성지인 절두산에는 순교자기념성당과 박물관 등이 들어서 있다. 순교 100주년 이듬해인 1967년에 건립됐다.

21일 찾아간 절두산은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공간이었다. 공영주차장 옆 계단을 오르자 바위에 새겨진 붉은빛의 ‘가톨릭 순교성지’ 글씨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교수형을 집행하기 위해 고안된 형구돌은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유물이다.

절두산성당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건축가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성당 전면에 위치한 두 개의 기둥이 분명한 초점을 형성하고, 계단 왼쪽의 순교박물관 건물과 오른쪽의 무성한 숲이 시선을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차단한다. 계단을 오르면 처음엔 기둥만 보이던 성당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접시 모양의 지붕은 순교자의 갓을, 건물 중간에 솟아 있는 종탑은 천주교 신자를 참수한 칼을 의미한다고 한다. 1981년에 숨진 건축가 이희태 씨가 설계한 절두산성당은 사후 11년이 지난 1992년 건축 25년상을 비롯해 2000년에 가톨릭 미술상을 각각 수상했다.

성당 내부 공간은 입구 쪽에서 제대를 향해 좁아지는 사다리꼴이다. 제대 윗부분에는 둥근 천창이 설치돼 있고 제대 옆으로 난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면 순교성인들을 모신 성해실이 나타난다. 성해실 위치는 산 정상부로 순교자들이 참수당한 자리라고 한다.

박물관 관람시간은 12∼3월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4∼11월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에는 휴관한다. 02-3142-4434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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