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생수 판친다

  • 입력 2006년 5월 12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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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47) 씨는 3월 중순 서울 강남구 역삼동 S룸살롱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처음에 있던 생수병의 뚜껑에 '부담금 납부증명'이란 글씨가 있었지만 웨이터가 새로 가져온 생수병에서는 이 같은 글씨가 없었다.

오 씨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이 생수병을 들고 경찰을 찾았다.

오 씨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유흥업소와 모텔, 노래방, 식당 등이 가짜 생수를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2003년 1월부터 최근까지 유명한 생수의 상표를 붙인 빈 생수병과 병뚜껑 475만 개를 제작해 서울 지역 2951개 업소에 팔아 2억 3000여만 원을 챙긴 장모(40) 씨를 상표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또 장 씨로부터 빈 생수병과 병뚜껑을 산 서울 강남구 역삼동 S룸살롱 정모(49) 사장과 역삼동 R호텔 김모(60) 사장에 대해 먹는 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구입량 상위 30위 이내 업소의 대표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S룸살롱 등 유흥업소 4개를 운영하고 있는 정 사장은 손님이 마신 생수병에 정수기 물을 넣은 뒤 장 씨에게 산 병뚜껑을 씌워 손님에게 팔았다.

그는 룸에 진품 생수를 진열해 놓은 뒤 손님이 추가로 생수를 주문할 때만 가짜 생수를 팔았다. 손님들은 가짜 생수의 병뚜껑을 딸 때 '따다닥' 소리가 나기 때문에 가짜 생수인지 알기가 힘들었다. 대부분 손님은 생수가 가짜인지 의심하지도 않았다.

2년여 간 가짜 생수는 1만5800개를 판 정 사장은 경찰에서 "500㎖ 진품 생수의 도매가는 240~260원으로 녹차나 우롱차 등 캔 음료수보다 100원 가량 더 비싸다"면서 "대부분 손님이 생수를 따서 절반 정도만 먹고 남기기 때문에 정수기물만 더 채워 팔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빈 생수병을 한 개당 170원, 병뚜껑을 한 개당 16원에 팔았기 때문에 정 씨는 병뚜껑만을 사서 가짜 생수를 만들어 팔 경우 생수 한 병당 200원 이상을 벌 수 있었다.

R호텔 김 사장은 지하 2층에 가짜 생수 제조실을 만들어 빈 생수병에 정수한 물을 담아 객실에 비치했다가 적발됐다. R호텔은 많은 양의 수돗물을 정수하면서도 필터를 제대로 교환하지 않아 정수기의 정수 효과가 거의 없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이들 업소에서 압수한 가짜 생수 5개의 세균 함유량을 측정한 결과 식수 세균 허용치(1㎖당 100콜로니)를 최대 10배나 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술집이나 모텔, 식당에서 생수가 나오면 병뚜껑에 수질개선 부담금 납부필증이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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