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1등급’ 174만명 그들은…

  • 입력 2006년 5월 1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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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신용점수 평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곳은 전남.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주상복합아파트 단지 타워팰리스 전경.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국에서 신용점수 평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곳은 전남.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주상복합아파트 단지 타워팰리스 전경.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지난해 자신의 신용등급을 조회한 일이 있다.

얼마가 나왔을까. 3등급이었다.

상식적으로 신용도가 누구보다 높을 것으로 보였지만 평범한 등급이 나온 것이다.

한국신용정보 관계자는 “시중은행장 같은 금융회사의 수장도 신용등급 1, 2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용점수가 사회적 지위나 명성, 소득, 재산 등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우량등급인 1, 2등급이 되려면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많이 받고 이를 꼬박꼬박 갚았거나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한 뒤 대금을 연체 없이 낸 경험이 있어야 한다.

돈이 많다고 해서 꼭 신용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수십억,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가졌더라도 신용을 증명할 근거가 없으면 신용평가회사는 1, 2등급을 주지 않는다.

위 사례의 정부 고위 관계자가 3등급을 받은 것은 대출 등의 신용거래가 없었던 것이 주요 원인이다.

3월 말 현재 신용등급이 1등급인 사람은 전국적으로 173만9301명. 전체 조사 대상인 3328만8789명 가운데 5.2%에 불과하다. 100명 가운데 고작 5명 정도가 1등급인 셈.

여성(51.9%)이 남성(48.1%)보다 1등급이 다소 많다. 연령별로는 30대(40.0%)와 40대(31.4%)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30대 비중이 높은 것은 사회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돼 대출을 받더라도 금액이 크지 않아 연체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다. 20대는 1등급이 될 정도로 신용 이력을 쌓은 사람이 별로 없다.

지역별로 보면 1등급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

1등급 가운데 주소 정보가 있는 109만1268명의 주소를 살펴봤더니 서울이 33.0%, 경기가 19.9%, 인천이 3.8%였다. 전체 1등급의 56.7%가 수도권에 사는 것.

1등급의 49.9%는 현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고 있으며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57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현재 대출 잔액이 있는 사람의 비율(42.3%)과 전체 평균 대출 잔액(4245만 원)보다 높다. 1등급 해당자는 보통 사람보다 대출을 더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1등급이 대출을 받았다가 연체할 확률은 0.02%로 거의 ‘제로’에 가깝다. 바꿔 말하면 연체를 한 번이라도 하면 1등급이 되기 어렵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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