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성씨 “삶을 걸만한 목표 정하는게 공부보다 중요”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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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일대 법대학장 고홍주 박사의 어머니 전혜성 이사장이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음식점에서 저서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 출판기념 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 예일대 법대학장 고홍주 박사의 어머니 전혜성 이사장이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음식점에서 저서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 출판기념 회견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자녀 교육의 비밀을 물어볼 때마다 전 되묻습니다.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라는가, 자녀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하고요. 맹목적으로 이기는 게 목적인 교육은 엄마와 아이를 모두 고생시킬 뿐이죠.”

미국 예일대 법대 학장인 고홍주 박사를 비롯해 자식들을 잘 교육한 것으로 유명한 전혜성(77) 동안문화연구소 이사장이 최근 자신의 책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 출간을 기념해 한국에 왔다.

초대 주미특명전권공사를 지낸 고광림 박사의 아내인 전 이사장은 자녀 6명을 모두 예일대와 하버드대에 보냈고 가족이 총 11개의 박사학위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전 이사장도 사회학과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예일대 교수를 지냈다.

전 이사장은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단언하건대 단 한번도 아이를 위해 나 자신을 희생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부모가 인생의 한 기간을 온전히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된다”고 조언했다.

전 이사장은 교육의 목적으로 단순한 성공 대신 다른 사람에게서 존경받고 스스로도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 위한 ‘오센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의 함양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뚜렷한 목적과 열정’을 가르치는 것이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걸 하겠다는 생의 목적이 생기면 공부하지 말라고 해도 자녀 스스로 공부한다”는 게 전 이사장의 조언이다.

그는 현재 하버드대 공공보건대학원 부학장인 큰아들 고경주 씨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경주가 예일대 1학년이던 1970년 인종차별 반대 데모가 벌어졌는데 경주는 거길 다 쫓아다닌 끝에 ‘대안 없는 토론은 의미 없다’면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의사가 된 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예방의학, 보건후생을 공부하더니 매사추세츠 주 보건후생부 장관이 되고 하버드대 공공보건대학원 부학장이 됐습니다.”

그는 “경주가 그저 성공하기 위해 의사가 되겠다는 정도의 목적을 갖고 있었다면 그런 열정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며 “생의 목적을 갖도록 하는 게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혜성 이사장의 ‘자녀교육 원칙’:

△뚜렷한 목적과 열정을 심어줘라 △맡은 바 책임을 충분히 다할 때 자기완성도 이룬다 △일생에 걸쳐 정체성을 재정립시켜라 △덕이 재주를 앞서야 한다 △창의적 통합력이 아이를 살린다 △역사적이고 세계적인 안목과 시야를 길러라 △진실한 마음을 얻는 대인관계의 힘을 경험하게 하라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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