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의 名건축<5>선유도공원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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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조성된 서울 선유도공원 내 녹색 기둥의 정원은 개발의 추억과 자연이 ‘공존’한다. 삭막한 콘크리트 기둥을 담쟁이 덩굴과 줄사철나무가 보듬으면서 이들은 하나가 된다. 김미옥 기자
2002년 조성된 서울 선유도공원 내 녹색 기둥의 정원은 개발의 추억과 자연이 ‘공존’한다. 삭막한 콘크리트 기둥을 담쟁이 덩굴과 줄사철나무가 보듬으면서 이들은 하나가 된다. 김미옥 기자
지금의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는 매혹적인 봉우리가 있었다. 선유봉(仙遊峯)이다.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謙齋 鄭敾·1676∼1759)이 1742년 비단에 채색한 선유봉의 모습은 진정 ‘신선이 놀았던 봉우리’였을 것만 같다. 그림 속 봉우리와 능선의 소나무, 강변에 한가롭게 떠 있는 나룻배 등이 그렇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봉우리는 사라졌다. 일제가 1925년 한강에 큰 홍수가 나면서 제방을 쌓기 위해, 또 1929년 개장된 서울 여의도 비행장을 건설하기 위해 선유봉의 암석을 채취한 탓이다.

1978년 그 자리에 정수장이 세워졌다. 한강 물을 수돗물로 정화하는 기능이다. 이 정수장은 수명을 다한 뒤 2002년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양화대교 중간 부분에 오롯이 자리 잡은 선유도(仙遊島)공원이다.

▽조경과 건축의 조화=이 공원은 과거의 정수장 시설을 일부 남겨둔 채 자연을 덧입혔다. 국내 최초의 재활용 생태공원이다.

정수장의 약품침전지를 재활용한 수질정화원에는 부레옥잠과 갈대, 창포 등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정수지의 콘크리트 상판을 걷어내고 기둥만 남겨 둔 녹색기둥의 정원은 삭막한 기둥을 담쟁이덩굴과 줄사철나무로 감쌌다. 시간의 정원에는 노루오줌과 대나무, 고사리류, 자작나무 등 각종 꽃과 나무로 가득했다. 계절별 꽃을 심어 이 공간에서 사계(四季)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공원 관계자의 얘기다.

▽서울 강남북을 한눈에 조망=선유도공원은 한강 가운데 위치한 덕분에 주위가 탁 트였다. 63빌딩, 남산타워 등이 한눈에 보인다. 선유정(정자)이나 선유교 전망대에 가면 강남북 전경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선유교를 이용하면 한강시민공원으로 바로 건너갈 수도 있다.

선유도공원의 전체 설계를 맡은 조경설계사무소 ‘서안’의 정영선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정수장 시설을 남겨둔 것은 근대산업시설을 기억하자는 취지다. 부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재활용함으로써 조경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

선유도공원은 사전에 예약하면 자원봉사자의 상세한 설명을 듣거나 생태교실을 이용할 수도 있다. 02-3780-0590∼5, hangang.seoul.go.kr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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