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문화재급 묘 파헤치고 부장품까지 싹쓸이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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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도굴당한 이후 비닐로 덮어 놓았던 정탁의 묘. 지난달 복구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도굴당한 이후 비닐로 덮어 놓았던 정탁의 묘. 지난달 복구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 일대 조선시대 사대부의 문화재급 묘가 수난을 겪고 있다.

도굴꾼이 묘에 배치된 석상은 물론 무덤 봉분을 파 부장품을 훔치거나 관 속의 시신까지 훼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도 문화재 자료 제130호인 파주시 문산읍 용재 성현(용齋 成俔·1439∼1504)의 묘는 높이 150cm가량의 무인석(장군석) 2점이 도난당한 사실이 지난달 15일 확인됐다. 성현은 ‘악학궤범’을 편찬했고 대제학을 지낸 학자.

파주시는 인적이 드문 곳이라 도굴꾼이 중장비까지 동원한 것으로 추정한다.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경기도 기념물 제173호인 정탁(鄭擢·1363∼1423)의 묘는 지난해 10월경 수난을 당했다. 봉분 뒤편이 지름 70cm, 깊이 1.5m가량 크기로 파헤쳐져 있었다.

석회층이 뚫리지는 않았지만 부장품 일부가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묘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고려 말 무덤 양식을 잘 보여 주는 문화재다.

서오릉에서 2km 떨어진 고양시 덕양구 향동동 이지신(李之信·1512∼1581)의 묘는 지난해 11월 봉분 오른쪽 뒤편이 2.5m 깊이로 파헤쳐진 채 발견됐다. 또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이유청(李惟淸·1459∼1531)의 묘는 지난해 6월 강회층까지 뚫은 도굴꾼이 부장품 대부분을 훔쳐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유청은 좌의정을 지냈다.

범행 뒤에는 봉분에 낸 구멍을 나뭇가지로 막은 뒤 잔디를 정교하게 입혀 쉽게 눈에 띄지 않게 만들었다.

고양과 파주는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수도와 인접해 권력층의 선산이 밀집해 있었다.

수도권 다른 지역보다 개발이 더뎌 제자리에 온전히 남은 문화재급 무덤이 수백 기에 이르기 때문에 도굴꾼의 표적이 됐다.

하지만 국가가 지정한 사적 외에는 후손이 관리하기 때문에 심야에 벌어지는 도굴을 막기 힘들다.

고양시 정동일(40) 문화재 전문위원은 “성곽, 건물 등 다른 유형의 문화재에 비해 묘는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해 피해가 많다”며 “도굴이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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